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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플하게 산다] 2권, 소식의 즐거움

프랑스 수필가 도미니크 로로의 [심플하게 산다] 두번째 권. 바다출판사에서 2013년도에 나왔는데, 부제는 '소식의 즐거움'이다. 소식에 대한 관심이 있고 소식을 매번 실패하기도 해서 이 책을 읽어 보기로 했다. 1. 읽다 보니 이 저자는 일본생활의 경험에서 책을 썼기 때문에 마치 동양인은 모두 일본인처럼 생활하는 것으로 잘못된 일반화를 하고 있다. 좀 거슬리는 대목이다. 그냥 일본인이라고 쓰면 될 것을 굳이 동양인이라고 지칭하면서 일본인 특유의 문화를 말하는 것은 오만으로 보인다. 2. 약간 거슬리는 점은 그냥 무시하고 읽으면 읽을 만하다. 개인적으로 이 저자가 채식인이 아니라서 아주 만족스러운 책은 아니다. 하지만 이 책의 장점은 일반인을 대상으로 쓴 것이기 때문에 그만큼 소식에 도전하기 쉽도록 격려..

[어느날 나는 그만 벌기로 결심했다] 이 시대의 노후 대책 한 사례

1. 22년간 기자생활을 해서 번 돈으로 오피스텔 두 채을 마련하고 전원주택 지어서 돈벌이를 하지 않고 오피스텔에서 생기는 임대소득으로 하고 싶은 대로 살겠다는 이야기를 쓴 책이다. 좀더 정확히 이야기하자면, 일단 전직기자인 김영권은 기자로 돈벌이를 하지 않고 임대소득으로 먹고 살겠다는 결심을 한 것이다. 그리고 임대소득은 120만원이다. 이 돈으로 여동생과 전원주택에서 살면서 바쁘게 살지 않겠다는 것이다. 63세가 되면 오피스텔 한 채 팔아서 아들 결혼자금에 보태주고 그때부터는 그 부족한 부분을 84만원 연금으로 채우겠다고 한다. 그리고 나머지 한 채는 70살에 팔아서 그때부터는 연금만으로 100세까지 살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김영권은 이런 삶을 자발적 가난이라 이름 붙였다. 글쎄, 자발적 가난은 아닌..

늙음과 죽음 2021.07.23

에쿠니 가오리 [당신의 주말은 몇개입니까]

에쿠니 가오리의 소설 [수박향기]의 글이 좋아 선택한 책. 나는 이 책이 소설책인줄로만 생각했는데... 알고보니 에세이집이다. 그녀가 결혼한지 3년되었을 때 신혼의 삶에 대해서 느끼고 체험하고 생각한 것을 적은 것이다. 깔끔하면서도 서늘한 글쓰기가 매력이 있다. 읽는 동안 재미있었다. 지금 신혼의 삶을 살고 있는 사람이 읽으면 더 재밌지 않을까? 그런데 에쿠니 가오리같은 아내도, 에쿠니 가오리의 남편같은 사람도 함께 살기는 좋지 않을 것 같다.

기타 2021.07.22

헨리 마시 [참 괜찮은 죽음] 신경외과의사의 솔직한 경험담

이 책은 영국 신경외과의사인 헨리 마시(1950년생)의 에세이집이다. 무엇보다 '참 괜찮은 죽음'은 적당한 제목이 아니다. 원제인 Do no harm이 적당하다. 해를 입히지 말라. 이 책은 죽음에 대한 책이라기보다 신경외과의사의 경험담을 흥미롭게 풀어놓은 책이다. 사실 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기대하고 이 책을 집어들었기에 그 기대를 충족하지 못하는 책이지만 그런 기대를 하지 않는다면 충분히 재미난 책이다. 저자의 솔직함, 의사로서의 진지한 고민이 그대로 담겨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을 읽고 든 생각 하나. 수술, 특히 뇌수술을 받기로 했다면 죽을 각오, 적어도 장애인이 될 수도 있다는 각오를 하는 것이 좋겠다는 것이다. 의사도 사람인지라 여러 이유에서 수술이 잘못될 수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의사의 기분이 ..

늙음과 죽음 2021.07.21

[외로운 도시], 뉴욕예술가들의 고독 들여다 보기

영국의 작가이자 문화비평가인 올리비아 랭(Olivia Laing, 1977-)의 [외로운 도시(The lonely city, 2016)]는 어크로스 출판사에서 김병화에 의해 2017년에 번역출간되었다. 이 책이 출간되었을 때 시립도서관에 희망도서로 신청해놓고 한참동안 읽지 못하다가 뒤늦게 완독했다. 도시에서 살아가는 현대인의 고독에 관한 책이려니 했는데 읽다보니까 뉴욕이란 도시에서 살아간 예술가의 고립, 고독, 소외에 대한 책이었다. 이 책에서 소개하는 예술가는 에드워드 호퍼(Edward Hopperm 1882-1967), 앤디 워홀(Andy Warhol, 1928-1987), 데이비드 워나로위츠(David Wojnarowicz, 1954-1992), 헨리 다거(Henry Darger, 1892-1973..

예술 2021.07.20

[프루스트를 좋아하세요] 프루스트 책이 우리 삶에 미칠 영향에 대한 알랭 드 보통의 생각

알랭 드 보통의 이 책은 원제가 How Proust can change your life이다. 이 책이 '생각의나무' 출판사에서 한글로 번역된 것은 2005년이지만 이 책이 영어로 나온 해는 1997년이라고 하니, 벌써 20년도 더 된 책이다. 나는 이 책이 나왔을 때 읽고 싶었지만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읽지 못했기에 그 책을 읽고 난 후로 책 읽기를 미뤘다. 그러다 보니 세월이 얼마나 잘 흘러가는지... 이 책을 읽고 나서 왜 그런 생각을 했던 것인지 후회했다. 사실 프루스트의 책을 읽지 않아도 이 책을 읽는 데 아무런 무리는 없다. 게다가 이 책을 읽었다고 해서 프로스트의 책을 읽는 데 크게 방해받을 일도 없다. 이 책은 저자 나름의 프루스트에게서 영향받은 바를 정리한 책으로 보면 ..

기타 2021.06.26

[허락없는 외출] 녹색 가득한 그림책

봉투를 뜯어서 책을 꺼내는 순간 녹색으로 눈부시다. '허락없는 외출'이라... 그림책을 펼쳐 한 페이지 한 페이지 넘겨가는데 글이 없다. 맨 마지막 페이지에서 비로소 글이 나온다. 저자는 독자로 하여금 그냥 느끼라 하는 것 같다. 한밤중에서 새벽까지의 외출. 짙은 녹색에서 옅은 녹색으로 그리고 마침내 노란빛으로 끝이 난다. 하얀 옷을 입은 아이는 밤새도록 숲을 거닌다. 아름다운 꿈 같다. 지난 밤 나는 바위산을 헤매는 꿈을 꿨다. 가파란 바위에서 바위로 이동하는 일이 쉽지 않아 불안하고 두려운 꿈. 그런데 그림책 속 아이는 녹음이 울창한 숲을 헤맨다. 이 아이도 불안했던 것 같다. 한밤중 숲의 생명체들 속에서 다니는 일이 자유롭고 행복한 기분은 아니었으리라. 그렇게 헤매다가 아침햇살이 비치니까 숲의 방황..

그림책 2021.06.25

[별것도 아닌데 예뻐서] 남편과 아내가 그리고 쓴 치열한 일상

남편 박조건형이 그리고 아내 김비가 쓴 이 책은 부부의 평범한 일상을 담았지만 사실 평범하지 않다. 그래서 '평범한 것만큼 행복한 일이 또 있을까?'하는 표지 글귀를 무심히 지나치기 어렵다. 남편 박조건형은 긴 시간 우울증으로 힘들어하고 아내 김비는 트랜스젠더로서 겪어온 삶이 녹록치 않다. 하지만 이들은 서로를 만나 사랑하고 결혼하고 일상을 나누고 있다. 그리고 서로가 하는 일, 그림 그리는 일과 글 쓰는 일을 서로에게 격려한다. 이 책을 읽게 된 까닭은 트랜스젠더 소설가 김비의 일상에 대한 이야기가 궁금했기 때문이었다. 트랜스젠더를 직접 만나도 보고 이야기도 나누고 한 경험도 있지만- 물론 지금껏 친구로 지내고 있는 사람은 없다- 그 어떤 사람들보다 이해하기가 쉽지 않았다. 그래서 지금껏 트랜스젠더에 ..

소수자감성 2021.06.24

[나의 프루스트씨], 프루스트의 마지막 10년을 들려주는 책

마르셀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읽겠다고 생각했던 것은 아주 오랜 전 일인데, 아직도 끝까지 읽지 못했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전권을 읽기 전에는 프루스트에 관련된 책이나 그 소설 비평서도 읽지 않기로 결심한 터였다. 그러다 생각을 바꿨다. 소설도 읽으면서 관련서적도 읽기로 했다. 그래서 읽게 된 책이 바로 셀레스트 알바레의 회고록이 [나의 프루스트]다. 이 책은 원래 1973년에 프랑스에서 출간된 책인데, 우리나라에서는 2003년에 번역된 것이 아주 오래된 책이다. 게다가 난 이 책을 2017년에 와서야 읽었으니... 셀레스트 알바레는 프루스트가 생전에 유일하게 사랑했던 두 사람 중 한 사람으로 평가한다. 프루스트는 어머니와 이 셀레스트 알바레만 사랑했다는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면..

[인생은 지금] 인생에 대해 사색하도록 하는 그림책

'오후의 소묘'출판사에서 출간하는 그림책들은 따뜻한 내용들로 이루어져 있고 무엇보다 그림책 독서의 대상을 성인으로 잡고 있다는 것이 다른 그림책 출판사와 차이점이다. 이번 [인생은 지금]은 은퇴한 부부의 대화로 이루어져 있다. 할아버지는 지금 당장 새로운 것을 모색하고 싶지만 할머니는 자꾸 뒤로 미루려고 한다. 할머니에게는 지금 해야 할 요리가 있고 청소가 있고 설거지거리가 있다. 할아버지는 지금 당장 인생을 즐기러 떠나고 싶지만 할머니는 지금 당장 인생을 살아가기 위해 해야 할 일들이 있는 것이다. 결국 그림책의 마지막에서 할머니도 할아버지에 동의해 길을 떠나는 것으로 끝이 난다. 인생이 지금 이순간이라는 지혜는 나이가 들어가면서 더 절박해진다. 언제 죽음이 나를 끌고 갈지 모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죽..

그림책 2021.06.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