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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열규의 마지막 책 [아흔 즈음에] 80대 노인의 사색

오래 전 김열규의 책 [노년의 즐거움(비아북, 2009)]을 재미나게 읽었던 기억이 난다. 그래서 그의 마지막 책 [아흔즈음에(humanist, 2014]도 읽게 되었다. 1. 그런데 책을 펼치면서 내 눈에 자꾸 박히는 표현, 동일 단어 반복하기 쌓이고 쌓였다, 굵고도 또 굵다, 싱그럽고도 또 싱그럽다, 바라고 또 바란다, 뻐기고 또 뻐겨도, 푸르고 또 푸르다, 드물고 또 드문, 깊고 또 깊어서, 바래고 바랜, 덮치고 또 덮쳐 등등 처음에는 이 표현 때문에 글에 집중을 할 수 없었다. 다행히도 작가가 글을 잘 쓰는 사람이라서 곧 글에 집중해 끝까지 무사히 읽을 수 있어 다행이다. 글 잘 쓰는 작가는 자기 글에 대한 고집이 있으니까, 편집부에서 감히 건드리지 못할 것이고, 또 김열규같은 작가의 글에는 더더..

늙음과 죽음 2021.07.25

페터빅셀 [나는 시간이 아주 많은 어른이 되고 싶었다]

1. 페터빅셀! 중학교시절 페터빅셀의 [책상은 책상이다]를 읽고 얼마나 즐거워했던가! 내 인생에서 절대로 잊을 수 없는 작가다. 하지만 난 그 작가를 내내 잊고 지냈다. 도서관에서 이 책을 우연히 발견했을 때까지. 2. 이 책은 페터빅셀이 2005년에서 2008년까지 기고한 칼럼글들을 모은 것이다. 한글 번역본 제목이을 왜 [나는 시간이 아주 많은 어른이 되고 싶었다]로 정했는지 책을 다 읽고 난 다음에도 이해가 되질 않는다. 3. 페터 빅셀(Peter Bichsel)은 1935년에 뤼체른에서 태어났지만, 뤼체른을 곧 떠났기에 그에게 이 뤼체른은 고향으로서의 의미는 없는 것 같다 . 지금은 졸로투른(Solothurn)에 살고 있고 나이가 80세를 넘었다. 우와!! 그는 독일어권 스위스 작가이자 언론인이다..

기타 2021.07.24

사노요코의 마지막 에세이 [사는게 뭐라고]

사노 요코는 내가 특별히 좋아하는 그림책 작가다. 그녀는 2010년에 사망했다. 뒤늦게 그녀의 죽음을 알고 무척 안타까워했던 기억이 있다. 더는 그녀의 멋진 그림책이 세상에 나오지 못한다는 생각에서. 1. 도서관에서 우연히 발견한 이 책은 사노요코의 마지막 에세이집이다. 부제가 마음에 들지 않지만 책이 재미있으니까 용서하자. 2. "여러분, 한류 열풍의 정체를 아시겠지요. 한류열풍은 허구의 화사함에 의해 일어났다. 나도 빠져들었다. 아아, 즐거운 1년이었다. 1년 내내 왼쪽을 보고 침대에 드러누워 욘사마와 이병헌, 류시원에게 화사한 마음을 맡겼더니 1년이 지나자 턱이 돌아갔다. 의사에게 장시간 같은 자세로 있는 건 아니냐는 질문을 받은 순간 납득이 갔다. 초코릿을 너무 많이 먹어서 보기만 해도 토할 지경..

늙음과 죽음 2021.07.23

[심플하게 산다] 2권, 소식의 즐거움

프랑스 수필가 도미니크 로로의 [심플하게 산다] 두번째 권. 바다출판사에서 2013년도에 나왔는데, 부제는 '소식의 즐거움'이다. 소식에 대한 관심이 있고 소식을 매번 실패하기도 해서 이 책을 읽어 보기로 했다. 1. 읽다 보니 이 저자는 일본생활의 경험에서 책을 썼기 때문에 마치 동양인은 모두 일본인처럼 생활하는 것으로 잘못된 일반화를 하고 있다. 좀 거슬리는 대목이다. 그냥 일본인이라고 쓰면 될 것을 굳이 동양인이라고 지칭하면서 일본인 특유의 문화를 말하는 것은 오만으로 보인다. 2. 약간 거슬리는 점은 그냥 무시하고 읽으면 읽을 만하다. 개인적으로 이 저자가 채식인이 아니라서 아주 만족스러운 책은 아니다. 하지만 이 책의 장점은 일반인을 대상으로 쓴 것이기 때문에 그만큼 소식에 도전하기 쉽도록 격려..

[어느날 나는 그만 벌기로 결심했다] 이 시대의 노후 대책 한 사례

1. 22년간 기자생활을 해서 번 돈으로 오피스텔 두 채을 마련하고 전원주택 지어서 돈벌이를 하지 않고 오피스텔에서 생기는 임대소득으로 하고 싶은 대로 살겠다는 이야기를 쓴 책이다. 좀더 정확히 이야기하자면, 일단 전직기자인 김영권은 기자로 돈벌이를 하지 않고 임대소득으로 먹고 살겠다는 결심을 한 것이다. 그리고 임대소득은 120만원이다. 이 돈으로 여동생과 전원주택에서 살면서 바쁘게 살지 않겠다는 것이다. 63세가 되면 오피스텔 한 채 팔아서 아들 결혼자금에 보태주고 그때부터는 그 부족한 부분을 84만원 연금으로 채우겠다고 한다. 그리고 나머지 한 채는 70살에 팔아서 그때부터는 연금만으로 100세까지 살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김영권은 이런 삶을 자발적 가난이라 이름 붙였다. 글쎄, 자발적 가난은 아닌..

늙음과 죽음 2021.07.23

에쿠니 가오리 [당신의 주말은 몇개입니까]

에쿠니 가오리의 소설 [수박향기]의 글이 좋아 선택한 책. 나는 이 책이 소설책인줄로만 생각했는데... 알고보니 에세이집이다. 그녀가 결혼한지 3년되었을 때 신혼의 삶에 대해서 느끼고 체험하고 생각한 것을 적은 것이다. 깔끔하면서도 서늘한 글쓰기가 매력이 있다. 읽는 동안 재미있었다. 지금 신혼의 삶을 살고 있는 사람이 읽으면 더 재밌지 않을까? 그런데 에쿠니 가오리같은 아내도, 에쿠니 가오리의 남편같은 사람도 함께 살기는 좋지 않을 것 같다.

기타 2021.07.22

헨리 마시 [참 괜찮은 죽음] 신경외과의사의 솔직한 경험담

이 책은 영국 신경외과의사인 헨리 마시(1950년생)의 에세이집이다. 무엇보다 '참 괜찮은 죽음'은 적당한 제목이 아니다. 원제인 Do no harm이 적당하다. 해를 입히지 말라. 이 책은 죽음에 대한 책이라기보다 신경외과의사의 경험담을 흥미롭게 풀어놓은 책이다. 사실 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기대하고 이 책을 집어들었기에 그 기대를 충족하지 못하는 책이지만 그런 기대를 하지 않는다면 충분히 재미난 책이다. 저자의 솔직함, 의사로서의 진지한 고민이 그대로 담겨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을 읽고 든 생각 하나. 수술, 특히 뇌수술을 받기로 했다면 죽을 각오, 적어도 장애인이 될 수도 있다는 각오를 하는 것이 좋겠다는 것이다. 의사도 사람인지라 여러 이유에서 수술이 잘못될 수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의사의 기분이 ..

늙음과 죽음 2021.07.21

[외로운 도시], 뉴욕예술가들의 고독 들여다 보기

영국의 작가이자 문화비평가인 올리비아 랭(Olivia Laing, 1977-)의 [외로운 도시(The lonely city, 2016)]는 어크로스 출판사에서 김병화에 의해 2017년에 번역출간되었다. 이 책이 출간되었을 때 시립도서관에 희망도서로 신청해놓고 한참동안 읽지 못하다가 뒤늦게 완독했다. 도시에서 살아가는 현대인의 고독에 관한 책이려니 했는데 읽다보니까 뉴욕이란 도시에서 살아간 예술가의 고립, 고독, 소외에 대한 책이었다. 이 책에서 소개하는 예술가는 에드워드 호퍼(Edward Hopperm 1882-1967), 앤디 워홀(Andy Warhol, 1928-1987), 데이비드 워나로위츠(David Wojnarowicz, 1954-1992), 헨리 다거(Henry Darger, 1892-1973..

예술 2021.07.20

[프루스트를 좋아하세요] 프루스트 책이 우리 삶에 미칠 영향에 대한 알랭 드 보통의 생각

알랭 드 보통의 이 책은 원제가 How Proust can change your life이다. 이 책이 '생각의나무' 출판사에서 한글로 번역된 것은 2005년이지만 이 책이 영어로 나온 해는 1997년이라고 하니, 벌써 20년도 더 된 책이다. 나는 이 책이 나왔을 때 읽고 싶었지만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읽지 못했기에 그 책을 읽고 난 후로 책 읽기를 미뤘다. 그러다 보니 세월이 얼마나 잘 흘러가는지... 이 책을 읽고 나서 왜 그런 생각을 했던 것인지 후회했다. 사실 프루스트의 책을 읽지 않아도 이 책을 읽는 데 아무런 무리는 없다. 게다가 이 책을 읽었다고 해서 프로스트의 책을 읽는 데 크게 방해받을 일도 없다. 이 책은 저자 나름의 프루스트에게서 영향받은 바를 정리한 책으로 보면 ..

기타 2021.06.26

[허락없는 외출] 녹색 가득한 그림책

봉투를 뜯어서 책을 꺼내는 순간 녹색으로 눈부시다. '허락없는 외출'이라... 그림책을 펼쳐 한 페이지 한 페이지 넘겨가는데 글이 없다. 맨 마지막 페이지에서 비로소 글이 나온다. 저자는 독자로 하여금 그냥 느끼라 하는 것 같다. 한밤중에서 새벽까지의 외출. 짙은 녹색에서 옅은 녹색으로 그리고 마침내 노란빛으로 끝이 난다. 하얀 옷을 입은 아이는 밤새도록 숲을 거닌다. 아름다운 꿈 같다. 지난 밤 나는 바위산을 헤매는 꿈을 꿨다. 가파란 바위에서 바위로 이동하는 일이 쉽지 않아 불안하고 두려운 꿈. 그런데 그림책 속 아이는 녹음이 울창한 숲을 헤맨다. 이 아이도 불안했던 것 같다. 한밤중 숲의 생명체들 속에서 다니는 일이 자유롭고 행복한 기분은 아니었으리라. 그렇게 헤매다가 아침햇살이 비치니까 숲의 방황..

그림책 2021.06.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