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책 114

[할머니가 좋아요] 손자의 할머니에 관한 추억

그림책을 보다 보면 할머니, 할아버지와 어린 손자녀 간의 이야기를 담은 것이 적지 않다. 게다가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죽음은 어린 아이에게 특별한 경험이다. 요즘은 예전만큼 조부모와 손자녀 간의 친밀도가 강하지는 않은 것 같다. 함께 살지 않아서인지... 나만 해도 조부모와 어린 시절을 보내서 조부모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가지고 있었기에 초등학교 시절 할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 그 죽음이 큰 슬픔으로 다가왔던 기억이 있다. 이 그림책은 할머니와 친밀한 손자가 할머니와 보낸 시간들에 대한 따뜻한 이야기와 그 할머니의 죽음을 경험하는 이야기가 담담하고 사실적으로 묘사되어 있다. 마츠다 모토코(1937-)가 쓰고 이시쿠라 킨지(1948-)가 그린 일본 그림책인데 1994년에 출간되고 그 해 켄부치 그림책 상을 받..

그림책 2022.12.04

노성빈 그림작가 [삼천갑자 동방삭] 죽음을 피해 장수한 사람

노성빈 그림작가의 책을 찾아보고 있는 중이다. 앞서 [종이에 싼 당나귀], [호랑이와 곶감], [동물 말을 알아듣는 아이]를 포스팅했었다. 모두 전래동화인데, 노성빈 작가가 우리 정서에 어울리는, 해학적일 뿐만 아니라 때로는 몽환적이기까지 한 그림을 멋지게 그렸다. 이번에는 비룡소에서 2018년에 출간한 [삼천갑자 동방삭]. 비룡소에서 전래동화 시리즈를 출간하고 있는데, 이 책은 35권에 해당된다. 이 그림책의 노성빈 작가의 그림도 너무 멋지다! 도서간에서 빌린 것인데, 구매하고 싶은 욕구가 생긴다. 다만 이 그림책의 아쉬운 점은 종이질이 만족스럽지 않다는 것. 동방삭의 이야기는 다들 알 만한 데, 60갑자의 3000배를 살게 된 대표적인 장수인물에 관한 것이다. 60갑자의 3000배면 180000년을 ..

그림책 2022.12.04

[심스 태백이 들려주는 지혜롭고 유쾌한 이야기]

심스태백의 그림책 [요셉의 작고 낡은 오버코트가...?]를 앞서 소개했는데, 이번에는 그의 또 다른 그림책을 소개하려 한다. 앞선 그림책도 마찬가지지만 심스태백의 스토리는 모두 탈무드를 연상시킨다. 그의 그림책들은 유대인의 지혜가 담겨 있다. 어렸을 때 읽었던 탈무드는 나름 재미났던 기억이 있다. 이 그림책에는 여러 편의 짧은 이야기가 실려 있다. 작가도 이야기하듯 이 이야기들은 유대인들에게 널리 알려진 것이라고 한다. 할아버지가 손자에게 들려준 이야기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논리적 오류 때문에 우리를 웃게 하는 이야기들이 재미있다. 그 중 하나가 바로 '우산'. 이런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려주는 할아버지가 있으면 어린 시절이 더 즐거울 것 같다. '켈름 마을이 커진 사연'에 등장하는 랍비도 정말 어이없..

그림책 2022.12.02

권문희 그림작가 [까치와 호랑이와 토끼] 까치호랑이 민화가 떠오르는 그림

그림책 표지를 보는 순간 우리나라 민화 까치호랑이 그림이 떠올랐다. 권문희 그림작가의 그림이라는 점도 이 그림책을 보게 한 이유다. 전래 동요가 담긴 [어디까지 왔니?] 그림이 무척 좋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민화 까치호랑이 그림은 임진왜란 무렵 명나라에서 들어온 호랑이 그림이 조선화되고 19세기 민화가 유행하면서 서민화된 것이라고 한다. 그림책 속의 호랑이와 까치는 바로 그 민화 까치호랑이그림을 연상시킨다. 민화 속의 호랑이는 권력 있는 탐관오리를, 까치는 고통받는 민초를 나타내는 것으로 이해했다고 한다. 그래서 호랑이는 바보스럽게, 까치는 당당하게 표현했단다. 그림책 이야기 속의 호랑이도 잔인하고 탐욕스럽지만 바보스럽다. 하지만 까치는 호랑이에게 괴롭힘을 당하는 존재로, 그 호랑이에게 까치의 복수를 ..

그림책 2022.12.01

[옛날 옛적에 아저씨] 기발한 이야기와 개성 넘치는 그림

오늘 도서관에서 교환해온 그림책은 [옛날 옛적에 아저씨]다. 검정 테두리가 인상적인 유머 있는 그림이 눈길을 사로잡아 가져온 책이다. 피에르 프랫(Pierre Pratt, 1962-)은 캐나다 몬트리올 출신으로 그림책 작가다. 어린 시절 동네 풍경화를 그렸을 때 담임 선생님이 건물에 검정 테두리를 했다는 이유로 내 그림이 잘못되었다고 평가해서 무척 실망했던 기억이 있다. 그래서인지 이 그림책의 그림이 더 내 마음을 끌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림은 누구나 자유로이 그릴 수 있는 것인데, 당시 담임 선생님의 편협한 생각은 지금 생각해도 비교육적이다. 이 그림책의 글은 레미 시마드가 썼다. 레미 시마드(Remy Simard, 1959-)는 캐나다 출신의 작가이자 일러스트레이터다. 이 그림책에서는 글만 썼다. 피에..

그림책 2022.11.30

[호두] 생쥐의 새옹지마

폴라 게리슨이 쓰고 그린 [호두]는 가을날 생쥐가 호두를 구하러 간 이야기를 담았다. 귀여운 생쥐가 등장하는 이 그림책은 이야기도 귀엽다. 폴라 게리슨(Paula Gerritsen, 1956-)은 네덜란드 그림책 작가로 995년부터 일러스트레이션 작업을 시작한 것으로 자신을 소개하고 있다. 이 그림책 Nuts는 2005년 로테르담에서 출간되었고 우리나라에서는 2006년 장원교육이 번역출간했다. 생쥐는 가을날 호두를 구하기 위해서 제법 멀리 호두나무까지 이동한다. 마침 이 날은 폭풍이 휘몰아칠 예정이었는데, 주변에서 생쥐에게 이 소식을 알려주었지만 생쥐는 미처 듣지 못한다. 결국 호두나무에 도착했을 때는 바람 때문에 도무지 호두를 주울 수 없어 잠깐 땅 속 구멍에 숨었다가 잠들어 버린다. 깨어나서 보니 호..

그림책 2022.11.24

[우산] 비오는 날 빨간 우산을 쓴 소녀는 어디를 가는 걸까?

오오타 다이하찌(1918-2016)의 그림책 [우산]은 검정펜으로 그린 듯한 흑백그림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소녀가 들고 있는 우산만이 빨갛게 눈에 띤다. 단 한 가지 색만 두드러지게 표현하고 나머지는 모두 흑백으로 처리하는 것은 오늘날 특별할 것도 없겠지만, 이 그림책이 1974년에 출간되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당시에는 무척 인상적인 그림이 아니었을까 싶다. 그런데 이 작가의 다른 그림책에서는 작가명을 '오타 다이하치'로 표기하고 있다. 한글 번역 그림책에서 작가 이름이 통일되지 못했다. 어린 소녀는 비오는 날 빨간 우산을 쓰고 검정 큰 우산을 들고 길을 걷는다. 그림 속 흑백 풍경 속에서 소녀의 빨간 우산이 눈에 띠어 소녀의 위치를 금방 알아차릴 수 있다. 소녀가 걸어가는 길이 제법 거리가 되는 것 ..

그림책 2022.11.24

[에취! 거인이 재채기를 하면] '나비효과'의 유머 있는 설명?

거인이 등장하는 이야기라고 해서 읽어 본 그림책. 프랑스 북부지방과 벨기에에 거인축제가 떠올랐기 때문. 사실 유럽에는 거인신화뿐만 아니라 거인동화, 거인축제 등 거인과 관련한 문화가 존재한다. 이 그림책도 그런 문화의 연장인 것 같다.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린 시빌레 하인(Sybille Hein)은 독일 일러스트레이트이자 작가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에 소개된 작가의 탄생연도가 제각각이다. 1970년,1971년, 1973년? 이렇게 작가의 정보가 다른 것도 처음이다. 태어난 곳에 대한 정보도 일치하지 않는다... 왜? 재미난 만화체 그림이 인상적이지만 이야기는 그야말로 '헛소리' 같다. 아무 말이나 지어대고 사람을 웃기는 이야기라고나 할까? 뭐, 이런 식의 이야기도 나쁘지는 않다. 아이들의 상상력을 자극하면서..

그림책 2022.11.20

권문희 그림작가 [어디까지 왔니?] 동양화풍의 정감넘치는 그림

이 그림책은 전래동요 '어디까지 왔니?'를 다루고 있다. 웅진씽크빅에서 씽크빅 한글깨치기 (A단계) 부록 그림책이라고 한다. 권문희 그림작가의 그림이 마음에 들어서 펼쳐들었다. 권문희는 서울대 동양학과를 나왔고 '옛글과 옛사람의 숨은 이야기를 맛깔나는 그림으로 선사하는 그림작가'라고 한다. 소개대로 그의 그림은 옛 분위기에 잘 어울리는 것으로 보인다. 이 작가의 다른 그림들도 보고 싶다. '어디까지 왔니?'는 어린 시절을 추억하게 한다. 나는 동생들과 집안에서 이 노래를 부르면서 놀았던 기억이 있다. 이 그림책 속 아이들은 동네에서 떨어진 숲에서부터 방안까지 이동한다. 맨 앞의 아이는 눈을 뜨고 뒤의 아이들은 앞 사람의 어깨나 허리에 손을 얹고 눈을 감고 맨 앞의 아이가 이끄는 대로 걷는다. 그야말로 맨..

그림책 2022.11.19

[혹부리 영감] 일본의 10대 동화가 일제강점기에 우리 동화로 변신

어린 시절 [혹부리 영감]을 무척 재미있게 읽었던 기억이 난다. 아마도 도깨비가 등장하고 혹을 떼었다 붙였다 하는 것이 재미있었던 것이 아니었을까? 그때 내가 본 그림책은 삐아제 어린이에서 발간한 [혹부리 영감] 그림과 달랐는데 좀더 무서웠던 것 같다. 문구선의 그림은 유머가 넘치는 만화체 그림으로 배경으로 등장하는 호랑이, 늑대, 부엉이도 귀엽고 도깨비도 그리 무섭게 표현되지 않았다. 이 그림책의 그림이 훨씬 마음에 든다. 혹부리 영감은 일본 가마쿠라시대(1185-1333)부터 전해져 내려온 동화로 일본의 10대 동화라고 한다. 우리나라에서 혹부리 영감의 이야기가 처음 거론되는 것은 조선 중기 문인 강항이 [수은록]에서라고 한다. 강항이 임진왜란 때 일본에 끌려가서 그곳 승려에게서 일본의 유명한 이야기..

그림책 2022.11.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