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책 114

토미 드 파올라 [녹매니 언덕의 거인] 아일랜드 거인 이야기

거인 이야기, 거인 축제 등 거인문화와 관련한 것들을 서유럽에서 쉽게 접할 수 있다. 이 그림책 [녹매니 언덕의 거인]은 아일랜드 옛 이야기 속 거인 이야기다. 한국차일드 아카데미에서 2002년에 '명화로 보는 클래식 명작동화' 시리즈로 번역출간했다. 이 그림책이 마음에 드는 이유는 바로 그림작가 토미 드 파올라의 그림을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토미 드 파올라(Tomie de Paola, 1934-2020)는 미국 아동도서 작가이자 일러스트레이터다. 그가 출간한 아동도서가 무려 260권이 넘는다고 하니, 가히 놀랄 만하다. 2011년 미국 아동문학을 위해 평생 헌신해온 작가에게 주는 상 '아동문학유산상(Children's literature legacy Award)'를 받았다고 한다. 이 상은 미국 도..

그림책 2022.12.29

[고양이 피루호] 시골쥐가 도시에서 만날 수도 있었을 악당 고양이에 관한 이야기

[고양이 피루호]는 페르난도 랄라나가 쓰고 비올레타 몬레알이 그림을 그렸다. 1999년 스페인에서 출간되었고 우리나라에서 한솔교육에서 2003년에 번역출간했다. 페르난도 랄라나(Fernando Lalana, 1958-)는 법학을 전공했지만 문학으로 진로를 바꾼 스페인 작가다. 어린이나 청소년을 위한 책을 쓴다. 비올레타 몬레알(Violeta Monreal, 1963-)는 화가인데, 어린이 그림책에 그림을 그리는 일도 하고 있다고 한다. 이 이야기는 도시에 사는 나쁜 고양이 피루호에 관한 것이다. 이솝의 [시골쥐와 도시쥐] 이야기를 꺼내면서 시작하는 것이 재미있다. 잠깐 [시골쥐와 도시쥐] 이야기를 살펴보면, 도시쥐의 초대를 받아 도시에 간 시골쥐가 도시에는 맛있는 것은 많아도 위험하다면서 시골로 되돌아간..

그림책 2022.12.28

[부드러워요 딱딱해요] 산타클로스, 루돌프와 함께 하는 과학공부

올해 크리스마스가 지난 지 3일째다. 그래서인지 이 그림책을 보는 순간 크리스마스를 떠올리면서 집어들었다. 산타와 루돌프 그림이 재미있었기 때문이다. 김숙경이 그리고 황근기가 썼다. 그러데 알고 보니 이 그림책은 크리스마스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물체의 재질과 성격'에 대해서 공부하는, 한국헤밍웨이가 2007년에 출간한 '쇠똥구리 과학그림책' 시리즈 중 한 권이었다. 과학그림책이지만 딱딱하지 않고 흥미롭게 구성되었다는 것은 좋은 아이디어다. 산타할아버지의 안경이 선물보따리 속으로 들어가버린 것으로 이야기는 시작된다. 손을 넣어 더듬더듬 안경을 찾아보려하지만 매번 다른 물건이 손에 잡힌다. 연필, 지우개, 공, 책, 모래, 곰인형... 손으로 만졌을 때 물체의 감촉에 대한 느낌은 물체에 따라 다르다. 매끈..

그림책 2022.12.28

[하얀 방] 다채로운 색상의 현실과 새하얀 세상에 관한 상상의 이중주

이번 12월에 오후의 소묘에서 출간한 그림책은 [하얀 방]. 파울 더모르(Paul de Moor, 1957-)가 글을 쓰고 카터 페르메이러(Kaatje Vermeire, 1981-)가 그림을 그렸다. 두 사람 모두 벨기에 사람으로 이 책은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2021년에 출간되었다. 파울 더모르는 어린이와 성인을 위한 픽션, 논픽션 책을 쓰는 작가다. 또 난치병을 앓고 있다는 독특한 이력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인지 이 그림책은 그의 마음을 반영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글은 소녀의 독백으로 보이고 소녀의 '하안색'과 관련한 상상으로 보인다. 하얀색에 집착하고 있는 듯한 소녀의 이야기는 반복적으로 이어진다. 카터 페르메이러의 그림은 사실적이고 소녀의 현실 속에서의 움직임을 담았다. 고양이와 함께 하면..

그림책 2022.12.22

[뭐라고!] 할머니의 대단한 손자 사랑

일단 그림이 너무 재미있는 그림책이다. 그림작가는 에이드리언 존슨. 에이드리언 존슨(Adrian Johnson)은 일러스트레이터. 군인에서 일러스트레이터로 자신의 삶을 바꾼 작가 이력이 독특하다. 글은 케이트 럼(Kate Lum)이 썼는데, 어린이 책작가. 이야기도 재미나다. 이 책의 원제는 What! Cried Granny다. 1988년에 출간되었다. 할머니집에 처음으로 자러온 손자를 위해서 할머니는 두 팔을 걷어붙인다. 할머니의 능력이 너무 대단하다. 침대도 만들고, 베개와 담요도 직접 제작, 또 곰인형까지. 이런 할머니, 너무 멋지다. 그림책을 보다 보니 내 할머니가 떠올랐다. 침대를 만들어주지는 못했지만 과자도 구워주고 직접 닭을 키워서 닭요리도 해주시고 텃밭에서 야채를 키우고 화초도 가꾸셨던 내..

그림책 2022.12.13

[괜찮아] 자긍심을 다룬 그림책

[괜찮아]는 귀여운 그림과 함께 자긍심을 다루는 좋은 그림책이다. 글과 그림을 그린 작가는 김숙희. 2005년 볼로냐 아동도서전에서 '올해의 일러스트레이션' 작가로 선정되었다는 이력이 놀랍지 않다. 2005년에 초판이 웅진주니어에서 발매된 이후, 2009년에만 해도 31쇄를 찍었다고 나온다. 그만큼 대중적으로 좋은 반응을 얻었다고 보면 될 것 같다. 등장인물은 소녀와 개미, 고슴도치, 뱀, 타조, 기린. 소녀가 동물들 부족한 점을 이야기하면, 동물들은 '괜찮아'라고 답하면서 각자 자신의 뛰어난 점에 대해서 알려준다. 다시 말해 어떤 동물이든 부족한 점이 있더라고 그 만큼 뛰어난 점도 있다는 것이다. 반대로 동물이 소녀에게 질문을 되돌려주었을 때, 소녀는 자신의 어떤 점을 장점으로 꼽았을까? 우리는 누구나..

그림책 2022.12.12

[화니의 꿈] 신데렐라가 되고 싶었던 소녀

제목만 보았을 때는 화니라는 소녀의 꿈이 뭘까? 궁금했다. 그런데 이 소녀의 꿈은 요정의 도움을 받아 왕자와 결혼하는 것, 즉 신데렐라가 되고 싶었던 것. 소녀의 꿈이 신데렐라라니! 헐. 공주와 결혼하는 것이 꿈인 소년이 있을까? 그런 이야기를 다룬 그림책은 절대로 나오지 않을 것 같다. 도대체 언제적 그림책일지 궁금해서 살펴보니까, 1996년에 출간된 그림책이다. 충격! 20세기초의 그림책인가 했다. 물론 평범한 시골 소녀가 신데렐라의 꿈을 꾸었지만 결국 평범한 남자와 결혼해서 농사를 짓고 아이 낳고 살면서 자신의 삶에 만족한다는 이야기가 신데렐라 이야기보다는 낫다는 생각에서 그 많은 상을 주었나 보다. 그럼에도 시골 소년의 꿈이 공주와 결혼하는 것이었지만 평범한 여자와 결혼해서 농사를 짓고 아이 낳아..

그림책 2022.12.12

레이먼드 브릭스 [산타 할아버지] 우리 이웃을 닮은 산타

크리스마스도 며칠 남지 않아서 크리스마스와 관련한 그림책을 보는 것이 즐겁다. 그 중 하나가 레이먼드 브릭스의 [산타 할아버지]. 원제는 Father Christmas. 1973년에 출간되었고 우리나라에서는 비룡소에서 1995년에 번역출간했다. 레이먼드 브릭스(Raymond Briggs, 1934-1922)는 영국 작가이자 일러스트레이터이고 만화가이기도 하다. 그는 [산타 할아버지]로 케이트 그린어웨이상을 수상했다. 이 그림책은 칸을 촘촘히 나눈 부분이 많은데, 만화책 같다. 산타 할아버지는 정말 사랑스럽고 마음씨 좋아보이는 할아버지다. 개와 고양이를 데리고 산다. 크리스마스 이브 때면 선물을 나눠주는 일을 한다. 그림책에서는 크리스마스 이브 날 산타 할아버지가 잠자리에서 깨어나는 아침부터 잠자리에 드는..

그림책 2022.12.10

[크리스마스의 기적] 사랑과 웃음을 되찾은 조각가

요즘 도서관 교환도서코너에서는 프뢰벨테마동화II, 수상작 시리즈에 눈길이 간다. 그래서 이번에 바꿔온 그림책은 [크리스마스의 기적(The Christmas Miracle of Jonathan Toomey,1995)]]. 사실적으로 잘 그린 그림이지만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의 그림이 아니라서 지금껏 이 그림책을 외면해왔는데, 크리스마스 시즌이 되서인지 한 번 읽어보자 싶었다. 수잔 워치초프스키(Susan Wojciechowski)가 쓰고 P.J.린치(Patrick James Lynch, 1962-)가 그렸다. 수잔 워치초프스키는 미국 작가인데, 처음에는 공립학교 선생을 하다가 그만두고 사서가 되었고, 1987년부터는 어린이, 10대 청소년을 위한 책을 쓰기 시작했다고 한다. 패트릭 제임스 린치는 아일랜드 예..

그림책 2022.12.09

[마녀의 매듭] 관계맺기에 관한 사색

어른들을 위한 그림책을 펴내는 [오후의 소묘]에서 지난 11월말에 리사 비기(Lisa Biggi, 1975-)가 쓰고 모니카 바렌고(Monica Barengo)가 그린 [마녀의 매듭]을 번역출간했다. 이 이탈리아 그림책을 대하는 순간, 첫눈에도 내츄럴한 색감이 마음에 와닿는다. 리사 비기는 철학을 공부하고 글쓰는 즐거움을 알게 되어 여러 책을 쓰게 되었다고 한다. 모니카 바렌고는 2021년 볼로냐 국제아동도서전에서 올해의 일러스트레이터로 선정되었다고 한다. 그녀의 그림은 무척 따뜻하고 자연적 색감이 돋보인다. 무엇보다 가을의 분위기가 느껴진다고 할까. 숲 가장자리에 홀로 사는 심술장이 마녀가 어떻게 숲의 동물 친구들과 마음을 나누게 되는지 들려주는 따뜻한 이야기. 누구나 자신을 해고지하는 존재를 좋아할 ..

그림책 2022.12.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