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일상을 위한 힌트 48

[어느 인문학자의 걷기예찬] 홀로 시골산책하는 만족감

아널드 홀테인(Theodore Arnold Haultain, 1857-1941)의 [어느 인문학자의 걷기예찬(Of Walks and Walking Tours), 프로젝트A, 2016]은 시골길을 홀로 걸으면서 주변 풍경을 느끼고 풍경 속의 생명체들을 만나고 사색하고 시나 산문도 떠올리며 걷길 좋아했던 영국인의 글들을 담았다. 이 글들은 1903년부터 1904년까지 미국잡지에 기고했던 것이라고 한다. 궁금한 점 하나. 굳이 제목에 인문학자라는 단어를 넣었어야 했는지 모르겠다. 어쨌거나 저자는 다음 구절을 미루어보건대 신뢰할 만한 사람이 아닌가 싶다. "나는 어떤 사상도 자가생식하는 법이 없다는 믿음을 가지고 있다. 이 책 또한 낳아준 부모와 혈통이 존재한다."(들어가며 중에서) 그리고 저자의 시골에서의 걷..

다쓰미 나기사 [버리는! 기술] 버리는 고통이 주는 배움

다쓰미 나기사의 [버리는! 기술(이레, 2008)],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읽었는지 책이 너덜너덜하다. 그 만큼 다들 물건에 치여 산다는 의미일까? 이 책은 일본에서 2000년에 출판된 책이라고 한다. 세월이 제법 된 책이지만 이 내용은 현재도 여전히 유효하다. 저자의 이야기를 살짝 들어볼까? "필자는 '사용하는 것이 물건을 가장 소중히 하는 것이라고 믿고 있다. '아깝다'를 봉인으로 물건을 사장하는 것은 결코 물건을 소중히 하는 것이 못 된다."('들어가며'중에서) 다시 말해서 아깝다고 생각하면서 물건을 사용하지도 않으면서 처박아두는 것에 대한 비판이다. 새겨들어야 할 대목. 소중하기 때문에 물건을 사용하지도 않으면서 잘 보호하고 있는 경우가 얼마나 많은가요? 하지만 버리려고 하면 마음 한 켠..

[성장에 익숙한 삶과 결별하라] 1년동안 심플라이프 경험담

기자부부인 우경임과 이경주가 함께 쓴 책. 기자출신이라서 그런지 책은 아주 술술 잘 읽힌다. 마치 뉴스를 읽고 있는 기분. 그런데 겨우 200페이지를 넘는 책에 웬 여백은 그리도 많은지... 실제로는 170,180페이지 정도의 얼마 되지 않는 글이라서 페이지를 늘려서 12500원 받을 책을 만들고 싶었나 보다. 잠시 앉아서 읽기에 그만인 책. 보관할 가치는 없다. 그래도 아직 심플 라이프를 살고 있지 못하지만 심플 라이프에 관심이 있고 그렇게 살고 싶다 싶으면 한 번 읽어 볼 만은 하다. 도서관에서 빌려서 읽으면 좋다. 이 책은 전체 3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첫번째 부분은 성장시대, 부동산시대는 끝났고 소비시대가 떠나고 있다는 이야기, 두번째 부분은 심플라이프를 살펴보고 있다. 자발적 가난, 슬로 라이..

혼다 사오리 [집안일 쉽게 하기] 정리와 수납의 요령

요즘 집안일을 효율적으로 하기 위해 정리와 수납에 대한 고민을 하다가 [집안일 쉽게 하기(유나, 2016)]을 한 번 읽어보기로 했다. 일본에서 이 책은 2015년에 출간되었는데, 당시 혼다 사오리는 5년째 정리수납 컨설턴트로 활동중이었다. 2010년부터 정리 관련 블로그를 운영하면서 인기를 끌고 책을 출판한 것. 그 책이 바로 13만부나 팔렸다고 하니까, 놀랍다. 도대체 어떤 책이길래, 하고 읽어보니 많이 팔릴 만도 하네. 아마도 이 책을 출판하면서 가정집에서 정리에 대한 요청을 받지 않았을까 싶다. 그러다가 정리 수납 컨설턴트가 되지 않았을까? 혼다 사오리는 물건을 적재적소에 배치하는 것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물건이 제자리에 배치되지 않으면 집안일이 제대로 굴러가지 않는다는 것. 경험상, 물건을 제..

[아무것도 없는 방에 살고 싶다] 미니멀 라이프 실천 10가지 사례

[아무것도 없는 방에 살고 싶다(2015)]는 물건이 아니라 삶을 선택했다는 10명의 미니멀 라이프를 소개한 얇은 책. 모두 일본사람들인데, 주부부터 회사원, 만화가 등 다양한 남녀가 등장한다. 다들 미니멀 라이프를 선택한 나름의 이유를 가지고 있다. 연애가 끝나면서 전애인과 관련된 물건들을 처분하다가, 이혼하면서, 대지진을 경험하고, 원래 치우는 것을 좋아하는 성격, 잦은 이사를 하다보니, 자유로와지기 위해... 이유가 어찌 되었건, 최소한의 필요한 물건, 그리고 특별히 애착을 가지고 있는 물건만 남겨두고 물건을 없애나가다보니 어느덧 미니멀한 삶을 살게 되었다는 사람들. 이들은 물건을 최소한으로 가짐으로써 삶이 더 윤택해졌다고 한다. 필요한 최소한의 물건만으로도 불편은 없고 자유시간은 늘어나고 창의적인..

와타나베 유코 [집의 즐거움], 일상 꾸리기 초보를 위한 책

와타나베 유코는 일본 여성의 살림 선생님으로 불린다고 편집자는 소개한다. 그래서 사실 기대가 컸다. 이사구로 토모코의 [작은 생활]을 읽은 다음이라서 이 책에서도 배움을 구해야겠다 마음먹었다. 저자는 40대 여성으로 요리연구가. 그래서인지 [집의 즐거움(2016, 책읽는수요일)]에는 요리 레시피도 들어 있다. 개인적으로는 그리 흥미로운 레시피는 없었다. 이 책에서 레시피를 기대한 것이 아니었지만... 책은 전체 4장으로 거실의 즐거움, 부엌의 즐거움, 식탁의 즐거움, 일상의 즐거움으로 나눠져 있다. 아쉽게도 그녀가 알려준 노하우들은 내가 이미 하고 있거나 그다지 크게 관심이 없는 것들이어서 내게는 도움이 되지 않았다. 하지만 일상을 어찌 꾸려야 할지 알지 못해 허둥거리고 있는 20대, 30대에게는 도움이..

김남희와 쓰지 신이치 [삶의 속도, 행복의 방향]

[삶의 속도, 행복의 방향]은 2010년 김남희와 쓰지 신이치가 한국 환경단체와 일본의 피스보트가 주관한 민간교류프로그램 ‘피스 앤드 그린 보트’에서 만나 일본과 한국 등 함께 여행해보자고 의기투합한 산물이다. 두 사람은 부탄, 홋카이도, 강원도, 안동, 나라, 지리산, 제주도를 여행하고 각자의 생각, 경험, 느낌을 담았다. 책은 흥미롭고 읽는 동안 즐거웠다. 서로의 가치관을 공유하는 사람과 의미있는 여행을 하는 일은 참으로 행복한 일임에 틀림없다. 여행작가 김남희는 34살에 방를 빼고 적금을 깨서 세계여행길에 올랐다고 한다. 용감하게 유목민 생활을 한 셈이다. 집도 절도 없이 정처없이 방랑하는 삶, 자유롭지만 두려운 삶이기도 하다. 그 삶을 선택했다니 대단한 사람이라 생각된다. 일본 환경운동가 쓰지 신..

이사구로 토모코 [작은 생활], 살림기술을 알려주는 책

책의 소제목은 '간소하면서 풍요로운 살림의 기술'이라고 적혀 있다. '살림의 기술', 정말 살림의 기술을 배우고 싶다. 이사구로 토모코를 일본의 타샤 튜더라고 책 뒷면의 표지가 광고를 하는 부분이 시선을 잡는다. 참 멋지게 일상을 살아낸 타샤 튜더와 비교하다니 대단한 사람인가 보다면서 책을 읽기 시작했다. 그런데 그 비교는 적절하지 않은 듯하다. 이사구로 토모코도 일상, 즉 의식주를 꾸리는 데 있어 스스로의 힘으로 했다. 하지만 이 일본여성은 일상을 살면서 열심히 관찰하고 그 문제점을 나름 고민해서 아이디어를 낸다. 그리고 그 아이디어를 스스로의 작업으로 해결하기도 하고, 아니면 부탁하기도 한다. 이사구로 토모코는 무엇보다도 살림의 아이디어가 뛰어난 사람으로 보인다. 자잘한 것도 그냥 지나치지 않고 눈여..

[침묵의 추구] 소음과 침묵의 책

소음과 침묵을 소재로 한 책이라서 정말 신선했다. 도시는 얼마나 소음에 시달리지... 도로 위 자동차 소음, 아파트의 이웃소음, 광고소음... 소음 속에 살면서 항상 조용한 곳에서 살고 싶다를 염원하며 살아가는 나는 이 책의 테마가 마음에 들었다. 침묵을 이야기하기 앞서 소음, 소리에 대한 이야기부터 풀어놓는 저자. 지금껏 내가 생각해 보지 못한 이야기들이 펼쳐졌다. 그리고 수 년전 교토에 갔을 때 보았던 일본의 가레산스이 정원을 다시 떠올릴 수 있어서 좋았다. 끝까지 충분히 흥미로왔다. ........................................ 덴마크 철학자 키에르케고르의 [들판의 백합과 공중의 새]중에서 “신이 창조한 하늘 아래 백합이 피어 있고 새들이 날아디는 광경은 얼마나 장엄한가!..

야마오 산세이 [애니미즘이란 희망]

야마오 산세이(1938-2001)는 내가 좋아하는 철학자다. 와세다 대학 문학부 서양철학과를 중퇴했지만 그의 생각과 삶의 모습은 철학자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다. 하지만 그는 작가이자 시인이고 대안문화 공동체 삶을 꿈꾸었던 활동가이기도 했다. 내가 이 사람을 좋아하게 된 것은 [더 바랄 게 없는 삶]이라는 책을 읽고 나서였다. 이후 [여기에 사는 즐거움]을 읽었고 이번에는 [애니미즘이라는 희망]을 손에 들었다. 이 책은 1999년 7월 12일부터 16일까지 5일간 류큐 대학에서 강의한 것을 기록한 것. '애니미즘이란 희망'이란 제목이 암시하듯이, 이 책의 주요 내용은 야마오 산세이의 새로운 애니미즘에 대한 생각이다. 애니미즘은 그의 종교관이자 문학관이자 삶의 철학이다. 원래 애니미즘이란 삼라만상에 영혼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