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일상을 위한 힌트 48

[슬로푸드, 맛있는 혁명] 카를로 페트리니의 '미식'

슬로푸드 운동의 창시자인 카를로 페트리니(Carlo petrini, 1949-)의 책 [슬로푸드, 맛있는 혁명(2005)]를 구입한 후, 책꽂이에 꽂아둔 세월이 제법 흘렀다. 우리나라는 이후출판사에서 2008년 번역출간했으니, 이 책을 구입한 지 거의 10년이 흘렀다는 이야기다. 그 사이 조금 읽다가 꽂아두고를 반복하다가 마침내 완독을 해냈다. 때로는 한참의 시간이 흘러서 책 읽기를 끝내는 책들도 있다. 지금 아직도 읽히지 못한 채 책꽂이에 꽂혀 있는 다른 책들도 어서 읽어주오, 하며 내 손길을 기다리는 책들이 내 등을 간지럽힌다. 아무튼 그가 이야기하는 미식학에 대한 생각을 따라가다보면, 그야 말로 음식 세계의 에피쿠로스다 싶다. 저자는 깨끗한 음식, 공정한 음식, 지속가능한 음식을 좋은 음식으로 생각..

[라곰 라이프] 스웨덴 스타일 좋은 삶

[라곰라이프]는 스웨덴 사람들이 좋은 삶을 가꾸는 방식에 대해 알려준다. 1. 라곰Lagom은 스웨덴어로 '라아곰'이라고 발음하지만 우리말로 '라곰'이라고 쓰나보다. '라곰'은 형용사이기도 하고 부사이기도 한데, '적당히, 충분히, 딱맞게, 적당한, 알맞은, 충분한'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그렇다면 '라곰라이프'는 '알맞은 삶, 적당한 삶, 충분한 삶' 정도로 번역할 수도 있겠다. 스웨덴 사람들이 "이 정도면 적당한 삶인데!"라는 삶의 모습이 무엇인지 책의 저자가 알려준다. 스웨덴식의 좋은 일상을 어떻게 꾸리는지를 보여준다. 그는 미국인으로 스웨덴사람은 아니지만 스웨덴에서 나고 자란 어머니 덕분에 스웨덴 문화에 친숙한 모양이다. 2. 일단 '라곰라이프'를 추구한다는 것은 지나치지도 부족하지도 않..

[심플하게 산다] 2권, 소식의 즐거움

프랑스 수필가 도미니크 로로의 [심플하게 산다] 두번째 권. 바다출판사에서 2013년도에 나왔는데, 부제는 '소식의 즐거움'이다. 소식에 대한 관심이 있고 소식을 매번 실패하기도 해서 이 책을 읽어 보기로 했다. 1. 읽다 보니 이 저자는 일본생활의 경험에서 책을 썼기 때문에 마치 동양인은 모두 일본인처럼 생활하는 것으로 잘못된 일반화를 하고 있다. 좀 거슬리는 대목이다. 그냥 일본인이라고 쓰면 될 것을 굳이 동양인이라고 지칭하면서 일본인 특유의 문화를 말하는 것은 오만으로 보인다. 2. 약간 거슬리는 점은 그냥 무시하고 읽으면 읽을 만하다. 개인적으로 이 저자가 채식인이 아니라서 아주 만족스러운 책은 아니다. 하지만 이 책의 장점은 일반인을 대상으로 쓴 것이기 때문에 그만큼 소식에 도전하기 쉽도록 격려..

김혜련 [고귀한 일상] 사소한 일상이 고귀하길 바라는 마음

김혜련 작가의 글을 무척 기다려왔다. 그래서 [고귀한 일상]이 출간되었다고 했을 때 무척 반가웠다. 지난 번보다는 책표지도 산뜻하고 책의 두께도 얇아서 독자들이 쉬이 손을 내밀 것 같다. 1. 그런데 '고귀한 일상'이라는 제목이 좀 튄다 싶었다. '고귀한 일상'이라니... 도대체 어떤 일상이 고귀할까? 그 답은 바로 프롤로그에서 찾을 수 있었다. "'맹물맛' 같은 평범한 세계에서 신성성과 위대함을 구한다. 고귀한 일상을 살고 싶다. 삶의 근원이 되어 주는 것에 정성을 기울이고 '사소한 고귀함'으로 회생하자고 모은 손을 내밀고 싶다." 작가는 자신의 일상에 큰 의미를 부여하고 싶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소하고 평범한 일상으로는 만족하기 힘든가 보다. '신성함', '위대함', '근원'이라는 추상적이고 ..

김혜련 [밥하는 시간] 몸과마음의 치유기

김혜련 작가의 [밥하는 시간]은 페미니스트 저널인 [일다]에서 '여자가 쓰는 집과 밥 이야기'라는 칼럼으로 2016년1월부터 2017년10월까지 연재되었던 것을 묶은 책이다. 연재될 당시도 꽤나 열심히 읽었던 글들이었는데, 책으로 출판되기를 무척 기다렸었다. 그런데 올해 비로소 이 책이 출간되었다. 얼마나 반갑고 좋았던지! 책을 받아들었을 때, 녹색과 붉은 색이 강렬하게 와 닿은 책 표지에 좀 충격을 받았다. 솔직히 마음에 들지 않았다. 하지만 책 속의 저자의 강렬한 경험에 대한 고백을 떠올린다면 이 표지가 꼭 적절하지 않다고 볼 것까지 아니다 싶다. 그냥 순전히 내 개인적인 불만이라고나 할까. 책은 '밥하는 시간'이라는 제목을 달았다. 괜찮은 제목같다. 개인적으로 이 책 속에서 '4장 밥하는 시간'이 ..

강제윤 [자발적 가난의 행복] 가난하려고 애쓰라는 시인의 충고

1. 도서관에서 이 책을 빌려온 것은 책을 뒤적이다가 우연히 펼쳐진 페이지에 "부자가 되는 것은 죄악이다"라는 소제목 때문이었다. 너도나도 '부자 되세요'를 덕담으로 나누는 시대에 부자 되는 것이 죄악이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의 글이 한 번 읽어 보고 싶었다. 2. 강제윤은 88년에 시인으로 등단해서 인권운동가로 활동하다가 옥살이도 하고 고향 보길도에서 8년간 지내면서 댐건설 반대해서 단식도 하고 2005년도에 별안간 유랑길에 올라 자발적 가난을 실천하면서 살고 있단다. 우리나라 사람 사는 섬 500여개를 순례하면서 지낸다고. 3. 나는 이 책의 1부 보길도 시절의 이야기가 재미있었다. 시인이라서 그런지 글솜씨가 좋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어제 일요일 내내 읽었다. 4. 그가 쓴 시 ‘아무것도 남기지 ..

[이상하고 자유로운 할머니가 되고 싶어] 자기 욕망에 충실한 흥미로운 삶

무루(박서영)의 [이상하고 자유로운 할머니가 되고 싶어]는 코로나19에 지쳐 꺼져가는 마음에 작은 불씨 하나 짚혀준다. 책 표지에 어른들을 위한 그림책 읽기라고 쓰여 있어 그림책과 관련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늘어놓으려나?하는 선입견으로 한동안 책꽂이에 책을 꽂아두고 펼치는 데 시간이 좀 걸렸다. 개인적으로 그림책 읽기를 좋아하고 즐기고 집에도 아끼는 그림책은 서가에 꽂아두고 좋아하지만 그림책에 대한 이야기라면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 아니, 어떤 책에 대한 서평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해야 할까? 그림책이든 어떤 책이든 내 마음대로 선입견 없이 읽고 싶고 누가 어떻게 읽는 따위는 크게 관심이 없다. 그래서 책에 누군가 서평을 써둔 부분은 대개 건너뛴다. 특히 책의 도입부에 서평이 들어 있는 책 편집을 싫어한다..

빅토르 프랑클 [책에 쓰지 않은 이야기]

빅토르 프랑클은 '로고테라피'로 유명한 오스트리아 정신과의사다. 이 사람의 책, [죽음의 수용소에서]는 참으로 감동적이었다. 그가 1997년에 92세로 사망했는지는 그동안 알지 못했다. 우연히 도서관에서 책을 뽑다가 빅토르 프랑클의 회상록을 발견했다. 그가 90세때 마지막으로 출판한 책이라고 한다. 무엇보다 그가 인생의 끝에 어떤 글을 묶어서 냈는지, 그리고 그가 늙음과 죽음에 대해 어떤 의견을 갖고 있는지 궁금해서 이 책을 읽기로 했다. 책은 그리 흥미롭지 않다. 그의 죽음물음은 죽음의 공포, 불안과 관련된다기보다 삶의 공허와 관련되었다. 삶의 공허가 삶의 의미를 박탈하지 않을까?하는 것이 그의 죽음물음이었다. 그가 내린 결론은 다른 철학자들과 마찬가지로 죽음이 삶의 의미를 박탈하는 것이 아니라 삶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