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 전체보기 346

[여기는 무지개집입니다] 한 집 안의 퀴어 공동체

[여기는 무지개집입니다]는 공동체의 삶, 퀴어들의 공동체의 한 구체적인 사례를 보여주는 책이다. 이 책은 오월의 봄에서 2022년에 출간되었다. 기획자는 '가족구성권연구소'다. 누구나 자신이 원하는 가족, 공동체를 구성할 권리에 대해 고민하고 실천적 대안을 찾고 있다니 훌륭하다. 사실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보이는 이성애중심의 혈연 핵가족은 우리 사회가 가족의 합법적이고 전형적 모델로 간주되고 있다. 하지만 좀더 현실을 들여다 보면 함께 일상을 꾸려나가는 다양한 가족 형태가 존재함을 알 수 있다. 당장 한부모가정, 조손가정, 이혼후 재구성된 가정은 흔히 볼 수 있는 가족형태다. 게다가 홀로 살아가는 1인 가정도 날로 증가하는 추세다. 그런데 1인세대가 모여 이루는 가족도 있다. 대표적인 경우가 바로 동성애 ..

소수자감성 2023.07.28

[논바이너리 마더] 아이를 낳은 논바이너리 트랜스맨의 이야기

책 제목 때문에 이 책을 빌려왔다. 오늘날 세분된 성정체성에 '논바이너리(non-binary)'라는 범주가 있다는 것을 안 지 얼마 되지 않았다. '논바이너리'라는 단어에서 이미 예상할 수 있듯이, 자신의 성정체성을 '논바이너리'로 규정한다는 것은 기존의 성별이분법, 즉 남성과 여성으로의 구분법을 거부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런 식의 젠더이분법을 거부하는 개념에는 젠더리스(genderless), 에이젠더(a-gender)와 같은 개념도 있다. '젠더리스'는 성별정체성 자체를 거부하는 것이고, '에이젠더'는 젠더 없음을 성별정체성으로 인정한다. 말장난처럼 여겨질 수 있겠지만 젠더구분에 대한 거부감의 정도를 표현하는 것으로 봐도 되지 않을까 싶다. 그런데 '논바이너리'에는 '안드로진', '바이젠더', '..

소수자감성 2023.07.26

[에피쿠로스의 네가지 처방] 에피쿠로스 철학을 알기 쉽게 안내

에피쿠로스의 철학은 행복한 삶을 위한 지혜가 담겨 있다. 존 셀라스(John Sellars)의 [에피쿠로스의 네 가지 처방]은 에피쿠로스의 철학은 누구나 접근하기 쉽게 전달해준다. 이 책의 원제는 The fourfold remedy. 2021년에 출간되었고 우리나라에서는 2022년 복복서가에서 번역출간되었다. 에피쿠로스철학과 스토아철학 사이에는 유사점도 있지만 차이점도 있다. 가장 중요한 차이점은 에피쿠로스가 추구하는 삶은 즐거움이지만 스토아철학이 추구하는 삶은 진지함이라는 것이다. 그렇다고 에피쿠로스 철학이 진지하지 않다는 것은 아니다. 아무튼 스토아 철학은 세계주의를 지향하며 세계 속에서 사회 정의를 실현하는 것에 관심이 있다. 하지만 에피쿠로스 철학은 공동체적 삶과 은둔을 지향한다. 이 책의 저자는..

이순자 [예순 살, 나는 또 깨꽃이 되어] 꿈을 향해 치열한 노년을 살아낸 흔적

지인의 소개로 읽게 된 이 책, [예순 살, 나는 또 깨꽃이 되어]는 무더운 여름날 더위를 떨쳐내게 할 정도로 감동적이다. 이 책은 작가 이순자의 유고 산문집인데, 2021년 여름 작가가 사망한 후 뒤늦게 매일신문 시니어문학상 논픽션 부문에 당선된 가 화제가 되면서 출판되었다. 휴머니스트에서 올 봄에 출간한 것으로 미루어보아 서둘러 출간되었나 보다. 이 책은 그야말로 '여자의 일생'이란 제목의 소설이 되어도 될 만큼 드라마틱한 이순자의 인생을 담았다. 종가집 며느리로 살다가 50대에 폭력남편과 이혼을 하고 대학에 들어가서 글쓰는 꿈을 향해 착실히 한 걸음을 내딛었다. 저자 이력에서 볼 수 있듯이 여러 상을 휩쓸며 작가로서 성공적으로 시작했지만 두 번째 심장판막수술을 앞두고 세상을 떠났다. 책에 담긴 글들..

늙음과 죽음 2023.07.06

[선인장재배]

댄 토레의 [선인장]을 읽고 나서 선인장에 관해서 좀더 알고 싶어서 책을 뒤지다가 이 [선인장재배]라는 책을 발견했다. 이 책은 농촌진흥청과 국립원예특작과학원에서 기획하고 농촌진흥청에서 쓴 것으로 되어 있다. Jinhan M&B에서 2021년에 출간했다. 이 책은 그야말로 선인장재배를 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길잡이가 되어 주기 위해 만들어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꼭 선인장재배를 하려는 생각이 없더라도 선인장 및 우리나라 선인장 농업과 유통, 상업화 중인 상품으로서의 선인장에 대한 관심이 있다면 충분히 읽어볼 만한 책이다. 제 1장 일반적 특성 1. 선인장이란 - 칠레 고고학 사이트에서는 선인장 출현을 1만 5천년 전으로 추정. 또 브라질, 멕시코, 페루에서는 1만2천-9천년 전부터 채집 식용한 것으로 ..

생명과자연 2023.07.02

Sempé [Les musiciens(음악가들)] 음악가들에 관한 유머 있는 캐리커처

서가에서 책이 떨어져서 보니까 Sempé의 [Les musiciens(음악가들)]이다. 이 책은 오래 전 프랑스 벼룩시장에서 구입했던 것 같다. 한창 Sempé의 그림에 빠져있던 시기에 벼룩시장에서 보이는 그의 책을 제법 구입했던 기억이 난다. [Les musiciens(음악가들)]은 프랑스 삽화가 장 자크 상페(Jean Jaque Semepé, 1932-2022)가 음악가들을 유머 있게 그린 그림들을 모은 것이다. 원래 상페가 음악가가 꿈이었고 그 꿈 때문에 재즈 음악가들을 그리기 시작하면서 그림에 입문했다는 사실은 몰랐다. 그렇다면 음악가들을 그린 그림들을 담은 이 책은 상페에게 특별한 책이었을 것 같다. 1983년 Denolël출판사 folio 시리즈로 출간되었다. 나는 상페의 그림들 가운데 이렇게..

만화 2023.06.19

[차를 담는 시간] 도예가 노트

[오후의 소묘]에서 나오는 작가노트 시리즈는 무척 흥미로운 시도로 보인다. [고유한 순간]은 티블렌더의 작가노트였는데, 이번 [차를 담는 시간]은 도예가 노트다. 앞으로도 플로리스트, 서점원의 노트를 선보인다고 예고했다. [차를 담는 시간]은 한동안 내 베개맡 책이었다. 자기 전 소제목 아래 짧은 글 몇 편을 읽고 잠들곤 했다. 그 만큼 글이 편안했다고 할까. 부제로 '토림도예 도예가'라고 해서 '토림도예'가 뭐지? 했다. 도자기 브랜드라는 것을 책을 다 읽고 난 후 알게 되었다. '토림'은 이 글을 쓴 김유미 도예가의 남편 도예가의 호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김유미 작가의 소개를 보면 '날마다 차를 마시고 향을 피우고 도자기를 빚는다'라고 되어 있는데, 글을 읽어봐도 그녀의 일상은 그랬다. 평화로와 보..

[세상 모든 밤에] 고양이와 함께 한 꿈 속 모험

[세상 모든 밤에]는 파니 뒤카세의 매력적인 그림이 담긴 그림책이다. 글은 세실 엘마 로제가 썼다. 오후의 소묘에서는 파니 뒤카셰의 그림책을 벌써 3번째 출판한 것이다. [곰들의 정원(2022)] [레몬타르트와 홍차와 별들(2022)] 그리고 [세상 모든 밤에(2023)] 파니 뒤카세의 그림은 환상과 공상의 나래를 펼친다. 보고 있으면 섬세하고 매혹적이며 예쁘다. 파니 뒤카세의 그림책은 이야기 자체보다 그림을 즐기면서 상상하는 시간을 가지면 좋다. 이번에는 고양이와 함께 밤나들이를 하는 이야기다. 도시의 지붕 위, 거리를 걷고 애드벌룬을 타고 줄을 타고 신기한 동물들을 만나고 동물원의 동물들을 풀어주는 기막힌 밤의 모험이 펼쳐진다. 이런 꿈을 꿀 수 있다면 얼마나 행복한 밤시간이 될까? 그런데 왜 출판사..

상상력 2023.06.11

마빈 해리스 [문화의 수수께끼]

친구가 책정리를 하면서 마빈 해리스의 [문화의 수수께끼]를 버리려고 내놓았다. 흥미로운 책이라고 해서 한 번 읽어보기로 했다. 읽어보니 정말 재미있다. 이 책은 1975년 출간된 [Cow, Pigs, Wart and Witches: The Riddles of Cultures]를 한길사에서 1982년에 번역출간한 것이다. 친구가 가지고 있던 책은 1984년에 출간된 번역 3판이었다. 요즘은 2017년에 출간된 개정판이 판매되고 있었다. 마빈 해리스(Marvin Harris, 1927-2001)는 미국의 대표적인 문화인류학자다. 칼 막스와 토마스 맬서스의 이론에 영향을 받았고 문화유물주의 발전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 책을 읽다 보면 그가 왜 '문화유물주의' 발전에 영향을 주었을지 짐작이 된..

[벗자편지] 먹을거리 자급을 위해 애쓰는 여성들 이야기

[벗자 편지]는 텀블벅 펀딩으로 세상에 나온 책이다. 2022년 니은기역에서 출간했다. 처음에 책 제목을 보고 갸우뚱했다. '벗자편지'가 무슨 뜻이지?하고. '자급하는 삶을 어렵게 하는 허물을 벗어던지자'라고 되어 있는 부제를 보면 그 의미를 짐작할 수 있었다. 이 책을 만들기 위해 참여한 저자는 모두 8명. 김혜련, 칩코, 똥폼, 문홍현경, 풀, 상이, 아랑, 김정희. 이들은 기후위기 앞에서 나름의 한계를 가지고 있지만 용기 있게 자급의 길로 나선 여성들이다. 20대부터 5,60대까지 아우르는 여성들, 이들이 나누는 이야기는 흥미롭다. 그리고 독자에게 충분한 고민거리를 안겨준다. 좀더 지구에 부담이 덜 되는 삶에 대한 고민을 해보라 충동한다. 고민과 더불어 한걸음 나가보라고 한다. 개개인이 다르듯 각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