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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딕슨 카 [밤에 걷다] 참수 살인

존 딕슨 카(1906-1977)의 미스터리를 계속 읽고 있는 중인데, 이번에는 [밤에 걷다(It walks by night, 1930)]. 그의 첫 소설이다. 그래서인지 앞서 읽었던 소설들에 비해서 재미가 덜 하긴 하다. 미국 작가이지만 그의 소설에서는 영국을 배경으로 쓰여진 작품들이 적지 않다. 그런데 이 소설은 프랑스 파리가 배경으로 등장한다. 그가 1928년에 파리에서 일 년간 머물었던 경험이 도움이 되지 않았을까 싶다. 이 이야기 속 살인 사건은 피해자가 목이 잘린 채 목과 몸이 분리되어 기괴한 포즈로 죽어 있다는 점에서 기괴하다. 결혼식 당일 라울 드 살리니 공작이 살해 당한다. 살해당한 공간 카드룸의 문들은 모두 지키는 사람이 있었고 창으로도 도주는 불가능하다. 이번 이야기도 밀실에서 벌어진 ..

소설 2024.02.18

존 딕슨 카 [마녀의 은신처] 스타버스 가문 사람은 목이 부러져 죽는다?

밀실 미스터리와 '불가능 범죄'의 대가로 평가받는 미국 미스터리 작가 존 딕슨 카(John Dickson Carr,1906-1977). 요즘 그의 미스터리 읽기에 빠져 지낸다. 내가 그의 작품을 좋아하는 이유는 '오컬트적 분위기', '그로테스크한 분위기', '고딕적 분위기'라고 평가받는 그 대목 때문이다. [세 개의 관(1935)], [화형법정(1937)]에 이어 세 번째로 읽게 된 [마녀의 은신처(Hag's Nook, 1933)] 역시 마녀로 판정받은 이를 잔혹하게 처형한 공간적 배경, 비인간적인 교도소를 운영하던 스타버스 집안 장남의 대를 이은 처참한 죽음을 소재로 해서 음산하고 으스스한 분위기가 소설 전반을 뒤덮고 있다. 사실 [밤에 걷다]를 빌리고 싶었는데, 찾지 못해서 [마녀의 은신처]를 빌렸는..

소설 2024.02.13

존 딕슨 카 [화형법정], 독살범은 누구인가?

얼마 전 존 딕슨 카(John Dickson Carr, 1906-1977) 의 [세 개의 무덤(1935)]을 읽고 난 다음, 난 그의 다른 책들을 읽어 보고 싶었다. 그래서 이번에는 [화형법정(The Burning Court), 1937]을 빌려왔다. [세 개의 무덤]도 재미있었지만, [화형 법정]도 재미있었다. 작가가 범인을 앞서 추측하기 어렵게 만드는 장치들을 위해 무척 고심한 흔적이 보였다. 이야기가 끝날 때까지 오리무중에 빠지게 한다는 점에서 끝까지 흥미롭게 읽을 수 있는 미스터리물이다. 그러고 보니, 작년 여름, 시립도서관에서 이 책을 사서가 북큐레이션 도서로 선정했었다. 당시 이 책은 누군가 빌려갔는지 도서전시 속에서는 찾을 수 없었다 . [세 개의 무덤]과 마찬가지로 작가는 [화형법정]에서도..

소설 2024.01.29

존 딕슨 카 [세개의 관] 밀실 미스터리

어린 시절 코난 도일의 셜록 홈즈 시리즈나 애거사 크리스티 미스터리물을 즐겨 읽은 후, 한동안 미스터리 소설을 읽지 않다가 다시 미스터리물을 읽게 된 것은 미야베 미유키의 미스터리물을 읽으면서였다. 그런데 영미추리소설의 거장으로 밀실 미스터리에 탁월한 작가 존 딕스 카(John Dickson Carr, 1906-1977)의 미스터리물을 읽은 적은 없었는데, 최근 지극히 우연히 그의 미스터리 소설을 읽게 되었다. 일단 [세 개의 관]이라는 제목이 내 마음을 끈 것 같다. 이 소설은 관, 유령, 흡혈귀, 생매장, 마술과 같은 소재를 사용했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소설의 마지막까지 힘이 빠지지 않고 범인은 누구인지, 또 어떤 과정을 통해서 살인 사건이 발생한 것인지에 호기심을 계속해서 가져나갈 수 있도록 작가가..

소설 2024.01.23

[식물의 세계사] 잡초를 위한 변호

'식물 세계사'라니? 도대체 뭘까? 하는 마음에서 이 책을 빌렸다. 그런데 책을 읽다 보니 이 책이 왜 식물 세계사인지 궁금할 지경. 그래서 원제를 살펴보니까 'Weeds'. 잡초들... 항상 그렇듯, 원제는 책 내용을 잘 드러내준다. 하지만 우리 번역서는 이 책처럼 어이없는 제목을 달곤 한다. 책 판매에 대한 욕망이 이런 식의 제목을 달게 하는 것. 저자 리처드 메이비는 자연작가이자 저널리스트란다. 그래서인지 책은 읽기 쉬운 편이다. 이 책은 2010년에 출간된 책이었다. 우리나라에서는 [탐나는 책]애서 2022년에 번역출간했다. 1장 인간의 스토커인가, 동반자인가? -풀이 우리가 가진 계획이나 세상을 깔끔하게 정돈해 놓은 지도에 방해가 되면 그것은 잡초가 된다. -잡초는 '부적절한 장소에서 자라는 식..

생명과자연 2023.10.12

[당신의 성별은 무엇입니까?] 청소년 트랜스젠더 보고서

도서관에 새로 들어온 도서 코너를 살펴보니까, 이 책이 꽂혀 있었다. '당신의 성별이 무엇이냐?'라고 묻는 책 제목이 눈에 확 들어왔다. 내 속의 트랜스젠더 혐오를 발견한 이후, 내 속의 혐오를 들여다 보기 위해서 트랜스젠더에 대해 관심을 가져왔다. 대개 혐오는 잘 알지 못하고 낯설기 때문에 생기는 감정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트랜스젠더와 관련한 서적이나 영상물은 눈에 띠면 읽거나 보았다. 아이러니 한 것은 개인적으로 만나 본 트랜스젠더들은 모두 호감이 가는 사람들이었음에도 '트랜스젠더'라는 용어로 통칭되는 사람들에 대해서는 혐오감을 느낀다는 것이었다. 이런 모순은 나 스스로도 이해하기 쉽지 않았다. 현재의 나는 트랜스젠더의 혐오감을 걷어낸 것 같다. 어쨌거나 이 책을 읽으면서 한국의 트랜스젠더 청소년의..

소수자감성 2023.09.22

[들뢰즈 이후 페미니즘] 들뢰즈 철학에서 페미니즘 이론적 대안을 찾는 시도, 흥미롭지만 지나치다

들뢰즈 철학에 관심이 많은데 페미니즘과 들뢰즈 사상을 연결짓고자 하는 시도가 궁금해서 이 책을 집어들었다. 한나 스타크(Hannah Stark)는 오스트레일리아 태즈메니아 대학교 영문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라고 한다. 그런데 영문학자가 박사학위 논문으로 들뢰즈 철학과 윤리학 문제를 다루었다는 것이 독특하다. 그의 논문 제목은 "들뢰즈의 차이 존재론과 윤리학의 문제". 영문학자로서 페미니즘과 퀴어이론에 관심을 갖고 있다고 하니 관심 분야가 무척 광범위하다. 프랑스 대학교 철학과에서는 푸코는 다루어도 들뢰즈는 다루지 않는 데 반해, 오히려 들뢰즈 철학은 철학과 밖의 예술가, 건축가 등 철학과는 다른 분야의 사람들의 관심을 사로잡고 있음을 감안한다면 영문학 전공자가 페미니즘에 관심을 가지면서 들뢰즈 철학을 다룬..

사이 몽고메리 [좋은 생명체로 산다는 것은] 동물들과의 교감의 기록

동물 생태학자 사이 몽고메리(Sy Montgomery, 1958-)의 [좋은 생명체로 산다는 것은]은 'How to ge a good creature: A memory in thirtheen animals'라는 제목으로 2018년에 출간되었고 우리나라에서 '더숲'에서 2019년에 번역출간되었다. 제목이 마음에 들어서 이 책을 도서관에서 빌렸다. 책을 읽고 나서 든 느낌은 따뜻했다. 이 작가의 동물사랑이 그대로 전해져오는 듯했다. 동물들에게 감사의 말을 전하는 책은 흔치 않다. 작가 이력을 살펴보면 '인디애나 존스이자 에밀리 디킨슨'이라고 불린다는 구절이 나온다. 사이 몽고메리는 오지 정글을 탐험하면서 야생동물을 연구하고 동물들과의 교감을 글로 쓴다고 한다. 하지만 탐험을 하지 않을 때는 자신과 남편이 키..

소수자감성 2023.08.15

[퀴어, 젠더, 트랜스] 젠더권이란 무엇일까?

리키 윌친스의 [퀴어, 젠더, 트랜스]는 2004년에 'queer theory, gender theory'란 제목으로 출간되었다. 이 책이 20년 가까운 긴 시간이 흘러 우리나라에서 번역되었다. 퀴어 이론, 젠더 이론이라고 책 제목을 달기에는 너무 무겁다고 생각한 것일까? 아무튼 긴 시간이 흘렀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여전히 충분히 탐독할 만한 책이다. 여성에 대한 혐오, 페미니스트에 대한 혐오가 만연하고 아직 성소수자의 존재는 수면 위로 잘 드러나지 않는 우리 사회에서는 이 책의 내용이 다수 대중에게 오히려 지나치게 급진적인 느낌을 줄 것 같다. 지은이 리키 윌친스(Riki Wilchins, 1952-)는 젠더 표현과 젠더 정체성의 권리를 옹호하고 젠더권을 실현하기 위해 활동해온 활동가다. 노트> 1부 모두..

소수자감성 2023.08.06

[괴담] 유령 이야기

올여름 도서관 북큐레이션 주제는 '공포소설'. 전시된 책 가운데 '괴담'이라는 제목 때문에 고이케 마리코의 [괴담]을 손에 들었다. 무더운 여름철에는 방바닥 돗자리 위에서 뒹굴거리면서 무서운 이야기를 담은 책을 읽는 것이 최고라는 생각. 도서관 사서가 주제를 공포소설이라고 정한 이유도 나랑 같은 마음이었을 것 같다. 고이케 마리코의 작품을 지금껏 읽어보지 못했는데 이번이 처음. 미야베 미유키 정도의 필력이 돋보이지는 않는 것 같는다. 다른 책은 어떠려나... 7편의 단편을 모은 이 책은 소재가 모두 '유령'. 죽음에 관한 저자의 관심에서 이 이야기들을 지었다고 한다. 타인의 죽음, 특히 가까운 사람의 죽음이 주는 고통은 유령이 되어서라도 죽은 존재가 곁에 머물렀으면 하는 소망을 갖게 한다는 것일까? 여기..

상상력 2023.07.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