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책 61

헬린 옥슨버리 [곰 사냥을 떠나자] 자장가처럼 읽어 주기 좋은 그림책

아빠와 아이들이 나오는 표지 그림과 '곰사냥을 떠나자'라는 제목이 어딘지 모르게 어울리지 않는 듯하다. [곰사냥을 떠나자]란 제목은 반복되는 노랫가락의 일부다. '곰 잡으러 간단다. 큰 곰 잡으러 간단다. 정말 날씨가 좋구나! 우린 하나도 안 무서워.'라는 구절이 반복적으로 나온다. 부모와 세 자녀, 그리고 강아지 한 마리가 다함께 나들이를 나가면서 흥얼거리는 노랫가락이라고나 할까. 이 그림책은 헬린 옥슨버리가 그림을 그리고 마이클 로젠이 글을 쓴 그림책으로 1938년에 출간되었다. 우리나라에서는 시공주니어에서 1994년에 번역출간했다. 헬린 옥슨버리(Helen Oxenbury, 1938-)은 영국의 그림책 작가다. 시공주니어의 작가소개를 보면, 헬린 옥슨버리는 영국의 3대 그림책 작가로 손꼽힌다고 한다..

그림책 2022.09.02

[유령의 숲] 상상력의 부정적 영향

[유령의 숲]은 티벳의 설화를 기초로 해서 김진락이 쓰고 류준화가 그림을 그린 그림책이다. baramedia에서 2005년 '철학동화'라는 카테고리로 출간했다. 개인적으로 유령 이야기를 좋아하기에 이 그림책 제목이 관심을 불러 일으켰다. 밤에 숲을 지나오던 가죽신 장수는 유령을 만난다. 가죽신 장수가 전한 숲의 유령 이야기는 마을에 널리 퍼지고 사람들은 숲의 유령이 두려워 숲 가운데 있는 산딸기밭에 가지 못한다. 여기서 가죽신 장수는 유령의 정체를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고 자신의 두려움으로 비롯된 상상을 믿었고, 동네 사람들은 유령의 존재를 스스로 확인하지 않고 소문을 그대로 믿는다. 진실에 대한 파악을 하지 않고 그릇된 믿음을 만드는 과정이 그대로 드러난다. 그릇된 믿음은 사람들에게 산딸기축제도 하지 못..

상상력 2022.09.02

[나랑 같이 놀자] 절제된 색상의 따뜻한 마음이 담긴 그림책

노란색 표지가 인상적인 그림책 [나랑 같이 놀자(Play with me)]는 마리 홀 에츠가 그리고 썼다. 마리 홀 에츠(Marie Hall Ets, 1995-1985)는 미국 그림책 작가다. 20대 초반의 나이에 결혼 후 2주만에 남편이 1차세계대전에서 전사하고 30대 중반에 한 두 번째 결혼으로 만난 남편이 결혼 13년만에 암으로 세상을 떠나는 경험이 작가로 하여금 그림책 세계에 더 빠져들게 한 모양이다. 첫 번째 남편을 잃고 사회복지시설에서 일하다 그림책이 따뜻한 마음을 전하는 수단일 수 있다는 것을 알았고 두 번째 남편이 죽었을 때 그림책을 통해 자신을 위로하고자 했다고 한다. 이 그림책은 1955년에 출간되었는데, 작가의 나이 예순살 때다. 그래서인지 비록 어린 소녀를 주인공으로 삼았지만 이야기..

그림책 2022.08.25

[선인장 호텔] '사구아로 선인장'의 일생

집에 이 그림책이 오랫동안 있었지만 읽을 생각을 하지 못했다. 브렌다 기버슨이 쓰고 그린 이 [선인장 호텔]은 사구아로 선인장, 일명 변경주 선인장이 태어나고 자라고 죽는 선인장의 일생을 담았다. 브렌다 기버슨(Brenda Z. Guiberson)은 그림책 작가인데, 어린 시절 정글 탐험가가 되고 싶었지 작가가 되려는 생각은 없었다고 한다. [선인장 호텔]은 그림책이지만 어린이를 위한 생물도서로 생각된다. 다 읽고 나면 사구아로 선인장에 대해서 잘 알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서로 공생하는 사막의 생태계를 이해하게 된다. 사구아로 선인장 꽃은 봄날 선인장 끄트머리에 피는데 해 진 후에 피어나서 오후 중반에 진다고. 그래서 밤에 향기를 내뿜고 야행성 박쥐가 꽃가루매개자가 된다고 한다. 사구아로 선인장은 새를 ..

생명과자연 2022.08.23

사노요코 [100만 번 산 고양이] 수없는 환생 끝에 찾은 진정한 사랑

사노 요코(1938-2010)는 어린이 그림책 일본 작가다. 이 작가의 그림을 개인적으로 무척 좋아한다. 지금껏 그녀의 마지막 에세이 [사는 게 뭐라고]를 비롯해 [두고보자! 커다란 나무(1976)] [나는 고양이라고!(1977)] [하지만 하지만 할머니(1975)]를 포스팅했다. 이번에는 [100만 번 산 고양이]다. 이 그림책은 일본에서 1977년에 출간되었고 비룡소에서 2002년에 번역출간했는데, 사노요코에게 그림책작가로서의 유명세를 가져다 주었다고 한다. 개성 넘치는 사노 요코의 고양이 그림이 정말 멋지다. 수채화와 먹을 사용한 걸까? 주인공인 100만 번 산 고양이는 그야말로 수도 없이 환생한 고양이로 볼 수 있다. 다양한 인간 주인을 만났지만 모두 싫어했다. 오직 자기자신만 사랑한 고양이였다...

그림책 2022.08.23

[특별한 손님] 새로운 가족 구성의 진지한 이야기와 유머넘치는 그림

이번 그림책은 앤소니 브라운이 그림을 그리고 안나레나 맥아피가 글을 썼다. [특별한 손님]은 1984년 'The visitors who came to stay'라는 제목으로 출간되었는데, 우리나라에서는 베틀북에서 2005년에 번역 출간되었다. 그림작가 앤서니 브라운에 대해서는 이미 앞서 소개했으니까, 안나레나 맥아피(Annalena McAfee, 1932-)는 영국의 아동도서 작가이자 저널리스트라고 한다. [특별한 손님]의 글도 50대 중반에 썼다. 이야기는 이혼한 아버지와 단둘이 사는 소녀가 아들이 있는 아주머니와 아버지가 새로운 가족을 구성하려고 하자 경험하게 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소녀에게는 아버지와의 익숙한 생활이 있는데 새로운 사람들과 살아가게 되면서 익숙함이 낯섬과 부딪히고 거부감을 느끼게 ..

그림책 2022.08.21

앤서니 브라운 [동물원] 동물이 아니라 사람을 위한 곳

영국 그림책 작가인 앤서니 브라운(1946-)의 [돼지책]은 앞서 소개했다. 이번에는 앤서니 브라운의 [동물원]을 소개하려 한다. 이 그림책은 1992년에 'Zoo'란 동일한 제목으로 출간되었고 우리나라에서는 2002년 논장에서 번역출간했다. 1992년 앤서니 브라운은 이 그림책으로 '케이트 그린어웨이상'을 수상했다. '케이트 그린어웨이상'을 수상한 작품으로는 두 번째로 소개하는 책이 되었다. 앞서 존 버닝햄의 [깃털 없는 기러기 브르카]을 소개했었다. [돼지책]은 아내와 어머니의 희생 위에서 굴러가는 보통의 정상가족을 비판적으로 그렸다면, [동물원]은 아빠, 엄마 그리고 두 아들로 구성된 4인가족의 동물원 나들이를 통해서 동물원 동물들의 생존권에 대해 성찰토록 한다. 둘다 진지하고 무거운 주제를 그림책..

소수자감성 2022.08.20

[장자못과 며느리바위] 인색하고 심술궂은 부자와 미련 많은 며느리

한태희가 그리고 정해왕이 쓴 그림책 [장자못과 며느리바위]는 웅진씽크빅에서 '호롱불옛이야기' 시리즈로 출간된 그림책들 중 하나다. 아마도 출판사에서 기획하고 작가들을 구한 것이 아닐까 추측해본다. 이 그림책을 교환도서 코너에서 가져온 이유는 그림 때문이었다. 우리나라 스타일의 그림이 있는 우리 그림책이 마음에 들어서였다. 이 이야기는 읽어보기도 전에 뻔한 옛 이야기 중 하나라서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다. 인색하고 심술맞고 욕심쟁이인 부자가 벌을 받는 이야기. '장자못'이라는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장자'는 '부자'를 뜻한다고 한다. '장자못'이란 벌 받은 부자의 흔적이라고 할까. 거의 옛 이야기에서 보면 부자는 성격이 더럽다. 성격이 더러워서 부자가 되었을 것이라는 추측도 가능하다. 부자에 대한, 부..

그림책 2022.08.17

[곰들의 정원] 할아버지들을 추억하며

젊은 그림책 작가 파니 뒤카세(Fanny Ducassé)가 그리고 쓴 그림책 [곰들의 정원(Le jardin des ours, 2016)]은 그림이 섬세하고 아름다워서 눈길을 끈다. 어린 시절 두 할아버지와 보낸 시간들, 식사를 하고 목욕을 하고 낮잠을 자고 정원에서 놀았던 시간들을 되돌아보는 추억의 이야기를 담았다. 이 두 할아버지는 아버지쪽 할아버지와 어머니쪽 할아버지일 것 같다. 이 우리말 번역 그림책에서는 할아버지의 이름처럼 표현했지만. 불어로 papi, pépé는 모두 아이들이 할아버지를 부르는 말로, 대개 아버지쪽 할아버지와 어머니쪽 할아버지를 구분해서 papi, pépé라고 부른다. 그림 속에서도 할아버지 각각의 부엌과 정원이 구분되어 그려져 있다. 어린 시절, 파피 할아버지 댁에도 갔고, ..

그림책 2022.08.15

[하늘을 그린 화가] 조지아 오키프 전기 그림책

조지아 오키프에 대해서 압축적이고 간략하게 알려주는 그림책 [하늘을 그린 화가]. 자넷 윈터(Jeanette Winter, 1939-)가 쓰고 그렸다. 미국의 어린이 그림책 작가로 알려진 자넷 윈터는 유명한 여성, 특히 여성 예술가에 대한 그림책을 많이 출간했다고 한다. 내가 포스팅한 그림책 가운데 동일 작가의 왕가리 마타이에 관한 그림책 [나무들의 어머니]도 있다. 그런데 미래그림책에서는 Jeanette Winter를 '지네트 윈터'로, 새터에서 출간한 이 그림책에서는 '자넷 윈터'로 한글표기를 달리해서 같은 사람이라는 것을 영어명을 확인하지 않고는 금방 알아채기 어렵다. 물론 그림 스타일이 같다는 점에서는 눈썰미가 있는 사람은 알아볼 수도 있지만... 아무튼 도대체 정확한 발음이 무엇인지 궁금하다. ..

그림책 2022.08.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