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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 쉬는 항아리] 옹기 이야기

보림 출판사의 '솔거나라' 시리즈는 우리 문화를 알려주는 그림책이다. 지난 번에 [쪽빛을 찾아서]에 이어 두 번째로 읽는 솔거나라 그림책이다. 사실상 이 그림책의 글도 그림도 모두 크게 내 흥미를 끌지는 않는다. '옹기'에 대해 알려주기 위해 쓰여진 글과 그림 이상은 아니다. 그럼에도 이 그림책은 아이들에게도 어른들에게도 무척 유익한 그림책이다. 옹기에 대해서 잘 알고 있지 못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옹기는 질그릇과 오지 그릇을 통틀어 이르는 말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책 뒷부분에 오지와 관련한 정보를 잘 정리해서 이미지와 함께 알려줘서 좋았다. 소줏고리와 같은 것은 처음 본다. 초병과 양념단지도 흥미로왔다. 그림책 속 주인공인 작은 항아리는 소금물과 메주를 담궈서 된장과 간장을 만드는 데 쓰인다. ..

그림책 2023.04.20

임길택 [들꽃 아이] 시골 아이들을 통해 배우는 도시 출신 젊은 교사 이야기

오늘 교환도서 코너에서 바꿔온 [들꽃 아이]. 길벗 어린이 작가앨범 시리즈로 2008년에 출간된 그림책이다. '들꽃 아이'는 임길택 동화집 [산골 마을 아이들(창비)]에 수록된 것을 채진숙이 그림책에 어울리게 다시 쓰고 김동성이 그림을 그려 더한 그림책이다. 사실 임길택 동화작가가 존재하는지도 몰랐다. 임길택(1952-1997)은 1976년에 강원도에서 교직생활을 시작해서 14년동안 강원도 탄광 마을과 산골 마을 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1990년부터는 경상남도 거창에서 아이들을 가르쳤다고 이력에 나온다. 아이들 글을 모아 학급문집을 만들기도 했다고. 이 '들꽃 아이'도 작가의 경험을 담은 글이 아닐까 싶다. 꽃을 꺾어다 교실 화병에 꽂아두는 아이 '보선'도 실존 인물이라고 한다. 이야기 속 교사는 첫..

그림책 2023.04.20

[고양이로부터 내 시체를 지키는 방법] 죽음, 시체, 부패에 관한 질문과 답

'고양이로부터 내 시체를 지키는 방법'이라니... 관심을 끄는 제목이다. 그러면 원제는 무엇일까? 'Will my cat eat my eyeball? Big qustions from tiny mortals about death' 같은 제목은 아니지만 역시나 관심을 끄는 질문-'내 고양이가 내 눈알을 먹을까?'-을 제목으로 삼았다. 아무튼 죽음과 관련한 서적이라서 한 번 읽어보고 싶었다. 저자 케이틀린 도티는 몸으로 경험하면서 죽음을 터부시하지 않고 긍정하는 운동을 주도하는 장례지도사라고 한다. 생명체는 언젠가 죽음을 맞기에 죽음을 숨기고 부정하는 것을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그래서 저자가 쓴 이 책은 다들 한 번쯤 읽어보는 것이 좋겠다 싶다. 이 책에서 들려주는 이야기는 과학에 근거한 것으..

늙음과 죽음 2023.04.13

[쪽빛을 찾아서] 천연염색에 대한 정보가 담긴 그림책

개인적으로 쪽염색의 푸른 빛을 좋아하는데, 이 그림책은 쪽염색을 소재로 한 그림책이다. 보림출판사에서 1996년에 발행한 그림책으로 유애로가 글을 쓰고 그림도 그렸다. 그림은 전체적으로 온화한 분위기를 표현했다. 하늘과 바다의 푸른 빛을 옷감에 내기 위해 애쓰는 물장이 이야기를 통해서 쪽염색에 대한 정보를 제공한다. 교양 그림책이 그러하듯, 이 그림책도 이야기는 그리 재미있다고 볼 수는 없다. 하지만 쪽염색에 대해서 알 수 있다는 점에서 유익하다. 뿐만 아니라 책 뒤쪽에는 천연염색에 대한 정보를 담았다. 천연염색한 스카프와 쪽염색한 옷을 가지고 있는 나는 천연염색이 얼마나 자연스럽고 아름다운 색깔인지 잘 알고 있다. 특히 쪽염색한 푸른 빛깔의 옷감은 그 색이 신비롭기까지 하다. 이 그림책을 보다 보니까 ..

그림책 2023.04.09

[짚신 갖신 나막신] 우리 선조는 어떤 신발을 신었나?

이 그림책은 예전 우리 조상님들이 신던 신발에 대해 알려준다. 삐아제 어린이에서 2013년에 출간한 그림책인데, 이야기도 재미있고 그림도 한국적이면서 작가적 개성이 느껴진다. 그림 작가 옥소정을 기억해두고 싶다. 이야기는 김세실이 썼는데, 정보를 제공하는 그림책 답지 않게 이야기를 잘 지었다. 이야기의 주인공들은 강아지 세 마리, 흰둥이, 누렁이, 차돌이다. 흰둥이는 부자 양반의 개이고 누렁이는 가난한 농사꾼의 개이고 차돌이는 선비의 개다. 강아지들은 자신의 주인의 신발에 대해 찬양한다. 우리 민족은 예로부터 목인 긴 신발 '화'와 목이 없는 신발 '이'를 신었다고 한다. 나막신, 짚신, 갖신은 모두 '이'에 속한다고. 나는 지금껏 갖신을 갓신으로 알고 있었는데, 현재 표준어는 갖신이다. 과거에는 갓신으..

그림책 2023.04.09

미야자와 겐지 [비에도 지지 않고] 좋은 삶의 예시

얼마전 도서관에서 미야자와 겐지의 시 [비에도 지지 않고]가 그림책으로 출간된 것을 읽은 적이 있다. 그 그림책은 그림책공작소에서 2015년에 번역출간한 것이었다. 그림은 야마무리 코지(1964-)가 그렸다. 야마무라 코지가 애니메이터로 세계적인 거장인 줄은 몰랐다. 그는 애니메이션 감독, 그림책 작가 등의 활동을 하는 독립 애니메이터라고 한다. 미야자와 겐지의 [비에도 지지 않고]는 이미 알고 있는 시지만 그림이 곁들여 있어서 한 번 손에 들었다. 그림은 사실적이면서도 개성 있는데, 시에 무척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다. [비에도 지지 않고]는 좋은 삶은 어떠해야 하는지에 대해서 우리에게 들려주고 있다. 건강한 몸과 타인을 배려하는 상냥한 마음씨를 가지고 싸움이 벌어지면 말리며 살아간다면 좋은 삶이 ..

미야베 미유키 [안녕의 의식] 8편의 판타지 단편소설

미야베 미유키의 [안녕의 의식]은 일본에서 2019년에 출간되었고 비채에서 2023년에 번역출간했다. 그런데 우리나라 번역서 표지가 너무 시시하다. 일본판 책의 표지가 훨씬 낫다. [안녕의 의식]은 8편의 판타지 단편소설을 담은 것이니까 판타지 소설에 걸맞는 세련되고 현대적이면서도 신비로운 디자인이 더 어울릴 것 같다. 미야베 미유키는 내가 그녀의 모든 번역서를 다 읽을 정도로 '무척' 좋아하는 베스트셀러 작가다. 일본어를 잘 알았다면 일본어로 읽고 싶어했을지도 모르겠다. [안녕의 의식]에 담긴 단편소설들은 현재의 사회문제를 판타지 장르로 풀어낸 것이다. 언제나 느끼는 것처럼 그녀의 글쓰기의 촘촘함은 다른 판타지 소설과 비교가 되지 않는다. 얼마나 고심하고 연구해서 써내는지 알 수 있다. '엄마의 법률'..

상상력 2023.04.08

[조용함을 듣는 일] 내면을 들여다보는 시간

올해 [오후의 소묘]에서 출간된, 김혜영의 에세이 화집[조용함을 듣는 일]은 작가가 지난 5년간 그린 그림들 가운데 57편과 에세이 10편을 수록했다. 1부는 작가 노트, 2부는 인터뷰로 구성되어 있다. 2부는 작가가 자신과 같은 '혜영'이란 이름을 가진 사람을 달마다 만나 인터뷰하고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린 실험적 작업을 담았다. 제목 '조용함을 듣는 일'은 내게 고개를 갸우뚱하게 했다. 무슨 의미지? 현실의 소란스러움을 떠나 내면을 들여다보기 위해서는 고독한, 고요한 시간이 필요하다 생각한다. 고요한 고독의 시간 속에서 우리가 내면을 들여다 보는 것을 두고 '조용함을 듣는 일'이라고 표현한 것 같다. "물결이 내는 소리는 조용하다. 주의를 기울여 조용함을 듣는 것은 다정한 관심의 방향이다." 작가의 그..

예술 2023.04.06

[내가 어른이 된다고요?] 어른이 되는 몸의 변화

줄리아노 페리가 쓰고 그린 [내가 어른이 된다고요?]는 2007년 주니어 김영사에서 그림책도서관 38권으로 번역출간한 것이다. 줄리아노 페리(Giuliano Ferri, 1965-)는 이탈리아 그림책 작가로 치료를 목적으로 지체장애자들과 함께 애니메이션 작업과 희극 극단을 운영하고 있다고 한다. 작가 이력이 독특하다. 귀여운 올챙이 '챙이'가 주인공으로 나오는 이 그림책의 그림은 귀엽고 사랑스럽고 따뜻하면서도 유머가 있다. 행복한 어린 시절을 보낸 챙이는 자신의 몸이 변화하는 것에 두려움을 느낀다. 다들 그런 변화는 어른이 되는 것이라면서 좋아하지만 챙이는 어른이 되기가 싫다. 누구나 어른이 되는 과정을 그친다. 그 과정은 낯설고 두려움을 안겨주기도 한다. 나도 어른이 되어가면서 2차 성징을 거칠 때 챙..

그림책 2023.04.06

[스물두 명의 아이들] 동심을 잃어버린 어른을 위한 그림책

트지베 펠드캄프(Tjibbe Veldkamp,1962-)가 쓰고 필립 호프만(Philip Hopman,1961-)이 그린 [스물두 명의 아이들]은 1998년에 출간되었고 기탄교육에서 같은 해에 세계창작동화 시리즈 18권으로 번역출간했다. 무엇보다 그림이 재미나서 시선을 잡는다. 작가들은 네덜란드 사람이다. 그래서인지 작가의 이름이 정확히 어떻게 발음되는지 모르겠다. '트지베 펠드캄프'라는 이름은 구글에서는 '티베 휠트캄프'라고 나온다. 이 작가는 심리학을 전공했지만 과학자가 되었고 1990년부터는 동화작가로 활동한다. 그리고 필립 호프만은 1988년부터 그림책 삽화가로 활동했고 250권이 넘는 어린이 책의 삽화를 그려왔다고 한다. 아이들의 안전을 중시하는 원장님이 오시면서 고아원 아이들의 자유롭고 즐거운..

그림책 2023.04.05